복잡한 세상을 헤엄치는 당신을 위한 현대 철학

- 지바 마사야의 『현대사상 입문』을 읽고

by 고전파




지바 마사야 현대사상 입문.jpeg 지바 마사야, 『현대사상 입문』, 아르테




1.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자, 지바 마사야


국내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저자 지바 마사야(千葉雅也)는 일본 지성계에서 아주 뜨거운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현재 리츠메이칸 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프랑스 현대 사상, 특히 난해하기로 유명한 질 들뢰즈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학술적인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소설 『오버히트』로 미시마 유키오 상을 수상할 만큼 뛰어난 문학적 감각을 지닌 소설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철학의 엄밀함과 문학의 감수성을 동시에 갖춘 덕분에, 그는 대중과 호흡하는 감각적인 언어로 일본 젊은 세대에게 '인문학의 아이돌'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


2. 수많은 입문서 중 하필 '이 책'이어야 할까?


서점에 가보면 철학 입문서는 정말 많다. 대체로 정석적인 입문서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철학자의 이름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거나, 어려운 개념을 사전식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식다운 지식을 채워주긴 하지만, 읽고 나면 "그래서 이걸 내 삶에 어떻게 쓰지?"라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현대사상 입문』은 철학 '지식'이 아니라 철학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가 있다고 말해볼 수 있다. 저자는 현대 사상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복잡한 현실을 돌파하는 '실전 무기'로 쥐여준다. 정보 과잉과 정답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이 책은 단순한 교양 쌓기를 넘어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게 해주는 가장 실용적인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3. '단순함'이라는 폭력에 저항하기


이 책이 우리에게 건네는 첫 번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세상을 너무 깔끔하게 정리하려 하지 마세요



우리는 종종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한 줄로 요약해 주는 사람에게 열광한다. 이분법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편하다. 그리고 복잡한 윤리의 문제를 명쾌하게 갈라준다. 선과 악, 성공과 실패... 이렇게 세상을 둘로 딱 나누면 마음은 편해지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디테일'과 '가능성'들이 짓밟힌다.


지바 마사야는 현대사상이란 결국 '단순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강조한다.

세상을 0과 1로 나누는 '질서(코드)'가 우리를 억압할 때, 현대 철학은 그 질서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폭로하는 것이다. 데리다의 '해체'가 바로 그런 작업이다. 건물을 부수는 게 아니라, 견고해 보이는 고정관념의 벽돌 틈새를 툭툭 건드려 흔들리게 만드는 것.


나아가 책에서 지바 마사야는 니체의 말을 빌려, 아폴론적 질서와 디오니소스적 변화의 힘이 맞붙는 그 대립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4. 인생을 '제작'하는 즐거움


이 책은 복잡한 현대사상의 자세한 입문서는 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입문서의 입문서' 정도가 적합하다. 철학에 입문하기 위한 초벌구이 정도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철학을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제작하는 도구'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들뢰즈가 말한 '리좀'처럼, 정해진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는 게 아니라 옆으로, 뒤로, 예측 불가능하게 뻗어나가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삶. 어쩌면 그건 작가의 태도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바 마사야에게 철학은 도서관에 갇힌 죽은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책을 읽고나니 다소 현학적이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사상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러다 결국 다시 까먹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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