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유채..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와 유채를 지인으로 부터 꽤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남해에 사시는 지인의 시어머니께서 손수 가꾼 시금치와 유채입니다.
시어머니 생신이라 내려갔다가 받아왔다면서 건네주시는데 그 양이 상당합니다.
채소를 한아름 받아 드니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올라옵니다.
'이 많은 걸 시들기 전에 뭔가를 만들어야 할텐데 큰일이다.'
또 한 가지 마음은,
'하나하나 정성껏 가꾸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예전엔 이런 일이 생겨도 '마트에 가면 잔뜩인데 뭐.. '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우스 재배한 채소들과 이것을 어찌 비교할까요?
자식들 먹이느라 고이 키운 이 채소들이 제 손에까지 들어왔으니 귀한 만큼 대접을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부담도 살짝 되는군요.
시금치입니다.
씻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지만(손이 시려 중간에 자꾸 멈추다 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렸네요.ㅠㅠ) 다 씻고보니 싱싱하게 푸른 것이 아주 예뻐 죽겠습니다.
멸치를 잔뜩 꺼내 국물을 내고 양지 고기를 슥슥 썰어 육수에 맛을 더하고는 커다란 냄비 두 개에 시금치 국을 끓였습니다. 하나는 우리 식구 먹을거, 또 하나는 엄마께 갖다 드릴 요량으로 그렇게 큰 냄비로 두 개를 끓였지만 시금치가 반이나 더 남았습니다.
이번엔 끓는 물에 소금 살짝 뿌리고 데쳐서 조물조물 나물을 무칩니다. 나물을 무치다 그 맛이 궁금해 입으로 몇가닥 넣어보니 아니 이렇게 달콤할 수가 있을까요??
분명 설탕은 근처에 두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달달할 수가 있는건지. 시금치 본연의 달콤함이 싱싱함에 마구 묻어 나옵니다. 나물을 다 무치려다 조금 남깁니다. 그린 스무디를 만들때 함께 넣어 갈아 마실 생각입니다. (시금치 양이 상상이 가지요?^^)
시금치를 모두 처리하고 그 날은 뻗었습니다.
하루 자고 일어나니 유채가 제 마음을 마구 잡아당깁니다.
시들면 어쩌니 빨리 뭐라도 해야지!
네.. 이번엔 유채 입니다. 유채를 씻다보니 예전 프랑스 살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중국마트에 가면 유채를 많이 팔았었는데, 누군가 제게 유채김치를 담그면 열무김치 맛이 난다고 해서 사다가 김치를 담갔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때 정말 맛있었습니다. 국수를 삶아 이 유채김치를 얹어 비빔국수로 비며 먹으면 더위도 잊었던 기억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유채김치를 오래만에 담가봐야겠습니다.
집에 재료가 다 있으려나 뒤져보니 홍고추 빼고는 다 있네요. 아쉽지만 그건 생략하고 일단 고추가루를 꺼내 액젓과 마늘, 생강등을 넣어 불려 놓습니다. 양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어느정도 양념이 불려졌네요.
소금물에 1시간반 정도 절인 유채를 물기를 빼고 양념에 슥슥 무칩니다.
양념이 적을까 걱정했더니 오히려 많아서 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난번 담근 김치와 깍두기를 잘 익힌다고 실온에 며칠을 두고 냉장고에 넣었더니 지금 너무 시어버려서 속상한 마음이 스치네요.
이 녀석 만큼은 잘 관리해야겠습니다.
어느날 문득 선물처럼 나타난 시금치와 유채..
이틀을 꼬박 부엌에 저를 붙잡아두고는 찬물로 손끝이 갈라지게 만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따스하게 물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