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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Mar 15. 2019

다우님의 초대

마음 따뜻한 찻자리

최근에 마음 아픈 일이 있었던지라 좀 더 진정성 있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내려놓을 수 없는 성격의 집착이 관계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사람이 밉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가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흐를 수 없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요. 

내려놓고 비우고 그리고, 배우게 됩니다. 


얼마 전 다우님의 초대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거실에 이렇게 찻자리를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농차(말차 마시는 방법 중 하나. 진한 말차) 다회를 해 주신다 하셔서 기대가 되었었지요. 

제게는 생소한 무애 다례가 기본이 되는 찻자리입니다.  

일생에 걸림이 없는 사람은 단번에 생사를 벗어난다는 무애 사상에서 비롯된 무애 차는 모두가 평등해 차별이 없다는 무애 사상이 기본이며 신라시대 원효대사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전재분의 원유 다례 참고]

이렇게 茶를 매개로 여러 가지 예법과 찻자리가 다양하게 성장함이 참 반갑습니다. 

다섯 분이 돌아가며 5분씩 격불(차선으로 돌려가며 젓는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총 25분을 하는 것이지요. 보통의 말차 격불과는 다르네요. 차선을 빠르게 저어 고운 거품을 만들어내는 일본의 다도와는 다르게 천천히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고 각자의 5분을 마음 안에 가둬둡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도 저리고 팔도 아프고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커다란 다완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커다랗게 각자의 꽃잎을 만들어냅니다.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지인분의 마음이 읽혔습니다. 

찻자리를 준비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나눔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시고 이렇게 준비를 해 놓으신 것이지요. 

농차로 만든 꽃잎은 덜어내어 꿀처럼 떡에 찍어 먹고, 따뜻한 물과 꿀을 넣어 격불 하여 송화가루와 대추를 띄워 두 번째 잔을 나눕니다. 

마지막 잔은 찬물로 격불 하여 매화꽃을 띄워 마시니 매화향이 솔솔~~

한 분 한 분 얼굴에 번진 미소가 찻자리에 녹아듭니다. 

지인분들의 선한 마음이 스며듭니다. 

시간이 지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간입니다. 


무언가를 위한 목적이 있는 만남이 아니라 그저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대화에 빠져 아이처럼 까르르 거리는 사이 주인분은 바삐 움직이십니다.

두 번째 찻자리를 준비하시네요.

거실 바닥에 앉아 차를 마시며 수다를 나누는 사이 테이블 위에 소꿉장난처럼 재미있는 찻자리를 준비하셨습니다. 미니어처 같이 작은 다완과 잔을 준비하셨습니다. 초심차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테이블 위로 자리를 옮겨 한 잔씩 받아 듭니다.

한 모금이 한 잔입니다. 맑은 차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집니다. 

소리 없이 정갈한 찻자리가 펼쳐졌네요. 이렇게 마시고, 또 마무리는 홍차로!

대화에 집중하다 홍차 자리 사진은 놓치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정성이 함께 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마음의 치유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는 막히고 하늘은 뿌옇게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푸른 호수 마냥 맑아졌습니다.

감사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잔잔하게 물결칩니다. 

한 분 한 분,,

미소진 얼굴을 떠올립니다.


꾸미는 마음과 꾸미지 않는 마음...

시간 속에 결국은 걸러지고 드러나게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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