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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Sep 20. 2020

침몸살

훈침..

2주 전쯤 오른쪽 손목을 다쳤습니다.

뒤로 머리를 묶으려 해도 머리끈을 돌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지요.

요즘 같은 때 웬만하면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마스크를 꾹 눌러 쓰고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X-ray를 찍고 약을 처방받고, 얼음찜질 당부와 손목 사용을 최소화하라는 말씀을 새겨듣고 나왔습니다.

손목 보조기를 차고 생활을 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더군요.

그런데 주부의 일이란 것이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것이 있을 리 없지요.

조심조심하면서 생활을 했지만서도 잘 낫지를 않네요.

이제 머리를 묶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지만 추석을 앞두고 있는 터라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제는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침을 맞으면 많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더랬지요.

병원과 달리 한의원에 도착하자 뜨끈한 침대에 누워 대기를 하게 해 주시네요.

나이가 드니 이런 뜨뜻한 아랫목 같은 공간이 참 좋습니다.

잠이 들것처럼 노곤노곤해집니다. 

조금 있으려니 선생님께서 오셔서 아픈 부위에 표시를 하고 침을 놓고, 뜸을 뜨고, 초음파 물리치료를 해주시네요.

이 초음파 물리치료가 아플 수 있다고 하셨는데 상상보다 훨...씬 아팠습니다.

아픈 부위에 기계를 갖다 대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고통의 신음 소리가 절로 새어 나오더군요.

한의원에 한 시간가량 머물렀던가 봅니다. 몇 번의 치료가 필요하다 하여 다음 예약 날짜를 잡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들어갈 때는 멀쩡하게 (손목만 아플 뿐 멀쩡했지요)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온몸에 힘이 없고 며칠 앓아누웠던 사람처럼 운전하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어찌어찌 집에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한의원에서부터 조금씩 시작된 두통이 점점 심해지더군요.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 보았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타이레놀을 한 알 삼켰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전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다른 증상까지 더해 올라오네요.

울렁거림과 메슥거림, 심해지는 두통, 급기야 구토까지.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딸내미는 손을 주무르고 남편은 조금 더 강한 편두통약이라며 들고 왔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침을 맞기 전엔 이런 상황이 아니었기에 혹시나 하여 침 부작용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훈침;
침을 놓을 때에 침의 자극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환자가 너무 허약하고 신경이 예민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어지러우면서 메스껍고 심하면 땀을 몹시 흘리면서 팔다리가 싸늘해지며 기절하는 증상이 생긴다. 
                                                                                                                                     표준 대국어사전

다행히 기절까지 가진 않았지만,,

훈침은 침을 맞는 도중에도 일어날 수 있고, 바로 기절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냥 가볍게 침 맞고 와야지 했다가 아주 혼이 났습니다. 

손목과 팔, 다리, 발등까지 침을 여러 대 맞았는데 혹시나 하여 살펴보니 퍼렇게 멍이 들고 부은 자리도 있네요.

침을 잘못 놓으신 걸까요?? 아니면 저의 몸 상태가 부실했던 걸까요?...

침은 정말 잘 놓는 한의사 선생님께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손목은 여전히 욱신거리는데 다음 주 잡아놓은 한의원 예약일에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질 않네요.

침을 맞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아주 무섭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잠으로 보충하며 그동안 밀린 '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누워서도 떠오르는 것들은 '욕실 청소해야 하는데, 식구들 저녁 챙겨야 하는데..'하고 있었네요.

평시에는 감사하지 못하고 지나치던 것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손목 하나 불편한 것도 이렇게 일상에 잠시의 브레이크를 걸게 하고 생각의 깊이에 몰두하게 만드네요.

할 일을 쌓아두고 마냥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마음은 불편하였지만 제게 필요한 시간이었을 거라는 합리화의 방어기제를 사용해 봅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쏟아지는 햇살에 마음이 간지러운 요즘입니다.

참 자연이 고마운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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