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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Mar 15. 2019

인생 후르츠

오랫만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상영중인 영화도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볼 수 있기에 그동안은 굳이 영화관을 찾게 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맛있게 익은 과일을 쳐다만볼 수 없는 심정이랄까요? 

조금 더 지체하다보면 상해버릴 과일처럼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싶은 마음은 왜 슬금슬금 올라오는 걸까요?


이 영화는 남편과 꼭 함께 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영화는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 내 제안을 받아들일까 싶었지만 순순히 함께 동행을 해 주네요. 

나이들수록 여성화 되가는 것인지 제 취미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니 친구처럼 다정하게 나이들어갈 수 있음이 감사하네요.

90세 츠바타 슈이치 할아버지.

저 맑은 미소가 보이나요?

건축가의 길을 걷다 자신의 뜻과 반대되는 난개발에 마음을 접고 근처에 집을 짓고 느린 삶을 택하십니다. 

50년을 한결같이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겉에서 보이는 이 느린 삶은 한 시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부지런한 삶입니다. 

할아버지의 하루가 제 하루를 꾸짖기도 넉넉한 미소로 살짝 넘어가주시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매일 이웃에게 보내는 손편지는 마음의 감동입니다. 

그 안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아니..조금씩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87세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

남편을 위해 매일 정성껏 음식을 준비합니다.

할아버지가 가꾼 채소와 과일을 따서 매일의 식사와 달콤한 디저트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않는 정갈한 식탁은 할머니의 마법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함께 해 온 시간이 홀로였던 시간보다 훨씬 길어진 부부.

몸을 움직여 사는 노동의 삶. 

미국의 스콧 니어링과 그의 부인 헬렌 니어링의 삶이 오버랩 됩니다. 

언제부턴가 이런 삶을 동경했던 저는(사실 진짜 자신은 없습니다만..) 마음속에 작은 불씨 하나는 켜두고 있습니다.

두 분의 미소처럼 아름답게 나이들고 싶습니다.

실은,, 남편에게 무언의 공감을 받아내고 싶은 저의 바램이 있었지요.

도시생활이 아닌 이런 삶을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하는 남편입니다.

저도 동경만 할 뿐 자신은 없지만 남편은 아예 생각조차 안하는 삶이지요.

그래서 꼭 함께 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영화는 참 좋아하네요. 

넌지시 떠 봅니다. "저런 생활 할 수 있겠어?"

당연히 절대 못한다는 답이 돌아오지요. 그럴줄 알았습니다.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남편이 끌어주면 할텐데... 하는 생각은 안에 들어있지만 언감생심입니다. 

영화중에 슈이치 할아버지는 조용히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잠시의 쉼처럼 숨을 거두신 모습이 참으로 평온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전 홀로되신 히데코 할머니의 안위가 무척 걱정이 됩니다.

아침 식탁에 늘 할아버지가 드실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면서도 본인은 토스트 한쪽으로 아침을 때우시던 할머니 였는데.. 이제 차릴 식탁이 없으니 어떤 동기가 삶을 지탱해 줄까요? 할아버지의 맑은 미소는 저도 이렇게 보고싶은데 말이죠. 그 허전함에 쉴새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홀로 보이지않는 눈물을 훔치실 할머니의 남은 삶에 마음의 힘을 실어 드리고 싶네요.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져서 눈물이 흐를 틈이 없도록..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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