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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Feb 09. 2024

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


순식간에 달력 한 장이 넘어갔다.

2024년 새해다.라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도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지는데 무슨 연유일까?

내일이 또 새해다. 그러니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잡아 본다.

늘 시작 앞에서는 마음을 고르고 계획을 세우고 꿈을 키우며 나와의 약속과 다짐을 새긴다.

얼마 못가 흐지부지될지언정 그마저도 놓치면  조락해질 삶의 리듬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살아온 시간보다는 앞으로 살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다.

매 순간 삶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유유히 돌아보게 되는 것도 영글어가는 나이 덕이지 싶다.

이젠 타인들의 말과 행동보다는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에 더 마음을 쓰게된다.

누군가의 좋지 못한 마음과 말이 나를 괴롭히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며칠을 곱씹으며 억울하고 분하고 화를 키웠을 일들도 잠시 스치고 지나칠 뿐 오래 담아두지 않는 지혜가 늘었다. 안 좋은 상황이 나를 지배하게 허락지 않고 그 안에서 내가 다듬어져야 할 부분들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시간 속에 성장할 포인트가 숨어 있음을 알아채게 되고 마음은 이내 감사로 물든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변 지인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한때 깊은 우정을 나누었더라도 어느새 스쳐간 인연이 되어 잊힌 이들이 있는 반면, 있는 듯 없는 듯 간간이 만났던 이들 중에도 시간과 함께 영글어 그야말로 진국의 마음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당시는 마음을 분간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휩쓸리듯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 때도 있었고, 소중한 마음을 가늠하지 못한 채 가벼이 지나친 순간들을 뒤늦게 알아채기도 했다. 진정성을 알아보는 눈과 지혜를 얻기 위한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오래 만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나는 누군가의 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일까? 반문해 본다.

남은 삶의 중심을 누군가의 그런 사람이 되는데 힘써 보기로 한다.

향기로운 삶과 윤슬처럼 잔잔하게 빛나는 마음..

누군가 기댈 작은 언덕처럼 안온한 불씨를 지피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

새해 나의 계획은 이 바탕 위에 있다.

그 중심 안에 또 한 해를 한 땀 한 땀 공들여 수를 놓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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