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의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 대체적으로 난 집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평소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드물고 웬만해서는 홀로 집에 머무는 일이 많다. 바쁘게 움직이며 눈길주지 못한 집안일과 진도가 나가지 못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홀로의 시간은 집안일과 책 읽기로 거의 채워진다. 그런데 이 둘 사이의 조율이 잘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일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내게 되기도 하고, 책만 읽으며 늘어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알람이다. 예전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 불리는 구리하라 하루미의 『매일매일 즐거운 일이 가득』이라는 책을 읽다가 얻은 팁이다. 책에선 15분 알람 활용을 제안했지만 나는 두 개의 알람을 활용한다. 하나는 책 읽는 시간에 맞춘 알람이고, 다른 하나는 집안일을 위한 알람이다. 바쁘게 지내는 날들의 소홀함은 집안의 흐트러짐과 먹거리의 부실함으로 드러난다.
온전히 내게 주어진 하루, 채워야 할 집안일의 리스트가 끝도 없이 쏟아지지만 이도 선을 그어 놓지 않으면 마냥 일의 더미에 치이고 만다. 그렇다고 읽고 싶은 책만 엉덩이 붙이고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순 없다.(맘 같아서는 그렇게 뒹굴거리며 책만 보고 싶지만) 행동이 굼뜬 내게 경각심을 일으키는데 알람만 한 것이 없다. 35분에 맞춘 알람이 울리면 읽던 책을 접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15분 알람 버튼을 누르고 집안일을 시작한다. 이렇게 번갈아 책과 집안일 사이를 오가다 보면 의외로 책도 더 많이 읽히고, 집안일의 내공도 쌓인다. 로봇이 아닌 이상 이 사이클로 하루를 지속적으로 채울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루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루틴은 홀로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나만의 즐거운 방식이기도 하다. 집안일과 취미 사이의 타협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