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토 소스 도전기
작은 텃밭이 있는 집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예쁜 꽃도 심고, 야채도 키우고, 커다란 나무도 심어 놓으면..
이렇게 따사로운 봄, 마음 가득 봄빛이 스며들겠죠.
탄천변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반갑고,
그 아래 샛노란 개나리가 바람에 맞춰 고개를 너울거립니다.
봄바람이 살랑이듯 마음도 함께 리듬을 맞추네요.
안 되겠습니다.
텃밭은 꿈꿀 수 없다지만 뭐라도 푸릇푸릇한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 차오릅니다.
검색 끝에 바질을 키워 보기로 합니다.
사실.. 저는 식물을 키우는 데는 영 재주가 없습니다.
지금껏 녹색식물들과 그리 좋은 관계를 갖지 못했지요.
늘 이별을 할 때는 마음이 좋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녹색 아이들과는 숲이나 산에서, 혹은 길가에서 만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해야 했습니다. 슬픈 아이들로 만들기 싫은 이유였지요.
그러나.. 다시 도전해봅니다!
얼마 전부터 요 녀석들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보송한 아기 볼처럼 잎이 통통하네요.
바질은 제가 요리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허브지요.
이렇게 쓰고 보니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것 같네요.
네...! 그렇기도 합니다.
서슬이 오른 빼죽한 가위를 들이댑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잎들이 아우성을 지르는 것 같습니다
윽.. 자르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네요.
생명을 끊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군요.
손에 힘을 줬다가 뺏다가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힘을 줘 봅니다.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싹둑..
이렇게 잘렸습니다.
처음이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손이 빨라집니다. 싹둑싹둑..
통통 살이 오른 잎들이 다 잘려 나가고 작은 화분은 금세 휑.. 해졌습니다.
자른 잎들을 모두 모아 식초를 쉭쉭 뿌리고 물로 여러 번 헹궜습니다.
자르기를 언제 망설였나 싶게 아주 씩씩하게 씻어냅니다.
주문한 바질 화분을 받고는 아침저녁으로 눈 맞추며 매일 인사를 나눴다지요.
햇볕을 너무 많이 받으면 안 된다기에 베란다로 해가 많이 비칠 땐 그늘로,
바람이 통해야 한다기에 창문은 하루 종일 열어 놓았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이런 신세가 되었네요.
쓰다 보니 왠지 잔인한 이야기가 되려나 봅니다.ㅠㅠ
전 스파게티를 아주 매우 좋아합니다!
토마토소스, 올리브 오일 듬뿍 든 비앙코 소스, 크림, 로제 등등..
그 어떤 소스를 막론하고 모두 좋아하지요.
그중에서도 바질이 잔뜩 들어간 페스토 소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음.. 그러니까 저희 집에 온 바질들은 모두 페스토 소스가 되었습니다!
삶이란 이런 건가요..
깨끗이 씻은 바질에 마늘 세 쪽, 슥슥 갈은 파마산 치즈, 한 움큼 잣 , 약간의 소금(너무 약간 넣었는지 싱겁네요), 마지막으로 올리브 오일 잔뜩 넣어 믹서로 슁슁 갈고, 스파게티 면을 삶았습니다.
스파게티 배 따로, 빵 배 따로이지요.
바게트를 얇게 잘라 페스토 소스를 바르니 이거 정말 맛있습니다!
포카치아도 잘라 따뜻하게 데우고, 찍어 먹을 올리브 오일도 준비합니다.
참으로 많이 먹는 듯합니다.
글을 적다 보니...
봄의 살랑임과 함께 시작된 텃밭의 동경은 결국 먹는 이야기로 끝을 맺게 되네요.
그나저나 허브 화분을 몇 개 더 들여야겠습니다.
다 잘린 바질 잎이 다시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을 어찌 기다릴까요.
기왕 들이는 거 다른 허브도 몇 가지 함께 데려와야겠네요.
텃밭의 꿈은 베란다에서 시작되어 언젠가 근사한 마당을 품을 수 있겠지요??
요리는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