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생각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감정을 자극하고, 자극된 감정은 다시 생각의 가지를 뻗친다. 시작된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채 계속 불어나듯 지어내는 감정의 이야기로 마음에 적신호가 켜지면 희미했던 그 자리에 미움, 슬픔, 원망의 씨앗들이 마음밭에 심겨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잡초 가득 무성하게 자라난 마음 정원은 그늘진 어둠으로 물들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자라난 이야기는 각색된 과거의 흔적일 경우가 많다. 지나간 시간에 색을 입히고 그 위에 덧칠을 하고 붓질을 하다 보면 처음 모양이 무엇이었던지, 둔탁해진 색이 원래부터였는지 모를 지경이 되고 새로 만들어진 한 편의 그럴듯한 스토리는 원래 있던 사실처럼 움푹 팬 기억 속에 새로운 집을 짓는다. 어리석은 이는 그 기억 위에 자신을 세워 놓고 한없이 슬프고 아프고 상처로 가득하다 호소하니 오히려 가까운 주변인들이 졸지에 용서받지 못할 가해자로 둔갑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기감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해도 구해줄 길이 소원하다. 이들의 감정선은 마치 순식간에 불이 붙는 도화선처럼 예민하고 극적인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에 손 내밀어 보지만 함께 화르르 불이 붙거나 그 불똥이 튀어 옮겨 붙기 쉽기에 쉽사리 다가가기도 어렵다. 비집고 들어갈 틈 하나 없이 팽팽하고 견고하게 직조해 짜 올린 감정의 패턴 속에 빠진 이들은 결국 고립된 삶을 자처한다. 도울 수도 알려줄 수도 없을 만치 거리를 만들며 자기 동굴에 꽁꽁 숨어 버린 채 또다시 자기감정 속으로 기어들어가 자신이 세운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할퀴고 자책하며 힘들어하면서도 그런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세상에 대한 원망은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지만 이즈음 되면 도울 수도, 돕고 싶은 마음마저도 소진되어 등을 돌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감정에 겹겹이 무용한 생각을 덧입혀 한없이 부풀린다는 건 자기 소멸로 향하는 길이다. 사람들과의 사이에 다가설 수 없는 벽을 세우면서도 부수고 들어와 구원해 줄 기대를 안고 웅크리고 있지만 그것이 어리석음 이란걸 깨닫고 늪에서 나올 용기를 내볼 때, 부풀린 감정의 거품을 걷어내고 과거가 아닌 현실에 발 붙이고 딛고 일어설 수 있을 때 서서히 균형이 맞춰진다.
내 안에 미움과 원망과 증오가 꿈틀대고 오랜 시간 끓어오르고 있다면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