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전, 판교 아틀리에 마인드(마음 공작소)에서는 책모임이 열린다. 코로나로 1년 4개월가량 쉼의 시간을 보냈지만 22년 1월 다시 시작돼 꾸준히 이어져온 모임이 어제로 50회가 되었다. 그간 읽은 책들을 짚어보니 혼자서는 읽지 않았을 책들이 제법 많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안에서 솟아나 늘 책을 고르는 마음에 심판관이 붙어사는 것 같다. 누군가 추천하는 책을 덥석 골라 책을 선정하게 되지도 않는다. 이슈가 되는 책도 먼저 읽어보고 우리 모임에 어울리는지를 가늠한 후 선정하기에 내게 가장 바쁜 일은 '읽는 일'이다. 북클럽에서 함께 읽을 책을 고른 후 나는 최소 두세 번 정도 읽게 되는데 처음엔 버겁기도 했던 이 일이 이젠 일상이 되어 나의 정체성이 '읽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토요 북클럽은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또 다른 공부 모임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이 있고, 버지니아 울프만 읽는 모임 등 모두를 합하면 한 달 단위로 읽어야 할 책의 양이 제법 많다. 꼭 읽어야 하는 책 외에도 특별히 읽고 싶은 책은 불쑥불쑥 찾아와(이번 노벨상 소식에 한강 작가님의 책을 다시 꺼내 읽지 않을 수 없었던!) 내게 가장 큰 유혹은 책의 유혹이다. 읽고 싶은 책은 쏟아져 나오고, 죽을 때까지 읽을 책은 끝도 없이 많다는 사실에 실은 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한다.
내게 가장 힘든 시기, 30대에서 40대를 아우르는 길고 어둡던 터널 같은 그 시기에 만약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펼쳐졌을까?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없다.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 내 안으로 침잠하게 만들고 내 안의 나와 만날 수 있게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이 된 건 '책'이었다. 책 읽는 습관이 붙으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었기에 내게 왔던 시련들은 더는 터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한겨울의 맹렬한 한파처럼 시리게 지나간 그 시간들이야말로 내 인생에 필요했던 선물 같은 시간이었음을, 이젠 그 시간들에 대해서도 '감사'로 여길 줄 아는 넉넉한 마음 그릇이 하나 생겼다는 것에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