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시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ter flush Oct 07. 2024

혼자의 시간2

나와 잘 지내는 시간

'혼자'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삶의 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해야 하는 일과 강요된 일이 아닌 오롯이 자유롭게 주어진 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삶의 지도는 달라진다. 자유시간이라는 말처럼 달콤한 말도 없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유용하게 보내는 이도 드물다. 만약 자신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지를 물었을 때 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면 자신에 대한 깊은 질문을 오랜 시간 공들여 물을 필요가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작 본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의 선호와 의도에 맞춰가며 순응하듯 살아가는 이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올라온다. 이는 자기 삶을 잘 살아가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며,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이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느라 소중한 시간을 다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 많아질 때 내면엔 차곡차곡 단단한 힘이 쌓이고, 타인의 시선에 나를 가두지 않기에 좀 더 유연하게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색을 내며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삶은 행복을 짓는 삶이다. 살고 싶은 집을 짓듯 내면에 자기만의 시간의 탑을 쌓으며 홀로의 시간이 외로움의 시간이 아닌 성장하고 충전되는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온전히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자기 자신과만 보내야 한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평소 벼르기만 하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본다든지, 밀린 잠을 보충하기 위해 온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않는다든지,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쌓아놓고 책의 세계로 잠시 이동하는 즐거움을 선택하기도, 미뤄둔 대청소를 하며 하루의 시간을 채우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든 스멀스멀 올라오는 외로움의 향기로 우울한 감정을 부여잡고 하려던 일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밀려오는 감정싸움으로 하루를 소비하는 경우도 적잖이 많다. 누구나 이런 경험은 있을 것이다. 홀로의 시간 동안 챙겨야 할 식사는 대충 때우다시피 라면을 먹거나 군것질 거리로 대체하고, 읽으려던 책은 밀쳐두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거나 자기 자신과의 협상은 늘 지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하루의 끝에서 보람되지 못한 시간들을 반성하며 찜찜한 잠자리에 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누가 보는 경우와 아무도 보지 않는 경우 내 삶의 패턴이 매우 다르다면 평소 자기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 누구보다 우린 '자기 자신'과 가장 잘 지내야 한다.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바뀌는 것이 아닌, 나만의 올곧은 시선으로 주체적인 삶을 이끌어 갈 수 있을 때 내 삶의 방향은 바로 잡힌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결국 이는 '나'를 잘 아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 둘 줄 알고, 감정이 이성의 선을 넘지 않으며, 해야 할 시점에서 행동할 줄 안다면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을 넘어 그 시간을 제대로 즐길 줄 알게 되는 것이다.

필요 없는 감정소모로부터 자유롭고 혼자의 시간을 햇살처럼 빛내며, 고독의 시간도 자신만의 무언가로 만들어낼 줄 아는 힘, 결국 모든 것들은 내가 나와의 관계 속에서 잘 다스리고 다듬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를 잃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