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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는 시간

말의 품격

by winter flush

어떤 이와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내보내는 말의 품격이 달라진다.

내가 하는 말의 품격이 전적으로 상대에게 달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갖춘 기본선에서 내 언어를 끌어내리는 이가 있고, 좀 더 끌어올려주는 이가 있다. 대화를 나눌 때 내 말이 평소보다 거칠게 나가거나 혹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우회한다면 상대의 부정적 에너지가 내게 스며 같은 말도 모나게 나가고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 말의 온도가 상승하여 순하고 편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런 상대는 자신의 에고를 내세우지 않고 고요한 마음으로 말은 적게 듣는 귀는 크게 열고 응원과 호기심의 마음이 되어 마주 보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이런 이와의 대화는 나의 품격마저 올려준다는 인상을 받는다.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자.

머릿속에 떠올려진 상대는 전자에 속하는가, 혹은 후자에 속하는가. 혹은 본인이 누군가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하는지,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지도 체크해 볼 일이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든 내 말의 품격이 달라지지 않고 우문에 현답으로 대화의 자리마저 빛나게 해주는 이도 있다. 지난겨울 나라는 온통 계엄으로 심한 독감을 앓았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한바탕 몸살을 앓았던 지난 장관 인사 청문회를 지켜보다 그중 유독 눈에 띄었던 건 통일부 장관 정동영 후보의 말이었다. 쏘아대는 말의 허들을 어떻게 받으며 풀어나가는지 날이 선 정치인들의 언어 사이에서 유독 그의 언어가 돋보였다. 국회의 품격이란 원래 그래야 하는 게 아닌지..


'말'은 보이지 않지만 휘두르는 무기를 품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머물며 사라지지 않을 아픈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듯 환하고 밝은 빛을 한없이 내려줄 수도 있다. 나의 말은 무기를 품을 것인가, 아니면 빛을 품을 것인가.

혹여라도 내 말이 무기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멍들게 한 적은 없었을지 지나온 시간들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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