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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는 시간

마음자리

by winter flush

내가 쏟아낸 말들에 걸려 넘어지는 날이 있다. 그 말은 하지 말걸, 단호한 표현에 상대가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미묘하게 거슬리는 감정의 찌꺼기가 내보내는 말에 실려 있을 때 이면의 마음은 어떻게든 전달되는 법이다. 상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낼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의도치 않은 한 순간 말이 화살처럼 튕겨져 나갈 때, 겨누진 않았지만 상대의 마음이 과녁이 되어 꽂힐 수 있다. 내보내는 말에 뜸을 들일 이유다.

하루동안 쏟아낸 말들을 검열하듯 되새김질하다 후회가 밀려들 때, 허공에 퍼즐처럼 떠다니는 말들을 그러모아 재배열하고 싶지만 물조리개에 담겨 화초에 뿌려지는 물처럼 말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이미 스며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마주하는 건 부족한 내 마음자리다. 순간 왜 그런 말이 나갔을까? 해부하듯 하나하나 되짚다 보면 덜 자라 설익어 시간을 들여 키우고 채워야 할 마음 과제가 보인다. 이렇듯 매 순간 들여다보아야 할 자리는 타인이 아닌 '내 마음자리'다. 역으로 자신이 아닌 타인의 마음자리만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자세히 들여다보며 비난하는 말의 습관을 가진 이들이 있다. 보이는 모든 것에 잣대를 들이대며 그 기준에 어긋나는 만큼 비난의 수위를 올리기에 이런 이들 앞에선 왠지 주눅이 들고 잘못한 일이 없어도 혼나는 느낌이 든다. 내면에서 울리는 비판의 목소리를 줄이고 다듬어야 할 순간이다. 그 순간을 알아채지 못하고 들이댄 잣대에 타인들을 조율하려 애쓰며 살다가는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갈 것이다.

밖을 향한 눈을 안으로 돌리는 지혜를 발휘할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뀐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던 마음에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그렇구나', '다를 수도 있지' 등의 넉넉한 마음그릇이 자리하니 소원했던 관계에 회복의 기미마저 움튼다. 그러니 상대의 말에 걸려 넘어지지 말고, 내뱉은 자기 말의 오류를 체크하는 지혜를 발휘하자. 내 마음에 이렇듯 조금씩 다가가다 보면 상대의 오류들은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 자라난 내 마음자리를 만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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