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떠나기 전의 삶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이었던 듯 하다. 얼핏 보기에는 튼튼해 보였지만 사실은 부실 공사로 지어진, 파도가 들이치자 스르르 무너져 버리고 만 집. 가족의 죽음이란 그 어떤 집도 무너뜨릴 수 있는 위력을 갖춘 쓰나미 같은 사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반이 튼튼했다면 이 정도로 허무와 절망감에 허우적 거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삶은 유한하다. 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도, 나의 편의를 봐 주지 않는다. 그 어떤 일도 (전쟁이 난다거나, 재난으로 집을 잃거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거나 하는) 일어날 수 있는게 인생이다. 카뮈가 말했듯 부조리는 삶에 내재한 것이다. 이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풍파를 한번 제대로 맞고 난 후에야 그 어떤 불행도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한동안 내게 일어난 일을 거부하고,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수없이 되묻고 난 후에야 겨우 그리 할 수 있지만.
튼튼한 몸과 마음, 버팀목이 되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최소한 나 자신을 먹여살릴 경제적 기반. 삶의 토대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부조리와 허무를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 없이는 삶의 토대가 완공될 수 없다.
그리고는 내가 속한 세계의 일부가 언제든 무너져 버릴 수 있음을 알면서도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집을 지어야 한다. 쓰든 달든 삶이 내게 주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삶의 방향키를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삶은 유한하더라도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허무감에 잠식되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 집이라며 손을 놓기보다는, 그래도 집을 지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공사 기간이 얼마가 되든 그 안에 최선을 다해 보자는 마음으로.
그러다 보면 이전보다는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