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는 나선형 계단이라 했던가. 마냥 헤매는 것 같고, 다시 이전의 그 지점으로 돌아간 듯 해도 사실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라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새의 난 아예 길을 잃은 듯 하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 고요와 평온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뭐가 문제였을까. 쌀쌀해진 날씨에 피부로 느껴지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기일? 해가 짧아지며 북향 집에 찾아온 어둠? 아니면 지난 일 년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살아내며 분투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 버린 걸까?
어떤 사별자들은 상실의 아픔에서 사랑을 길어올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돕거나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는데, 나에겐 먼 이야기 같다. 요새의 나는 나 스스로를 돌보는 일 조차 제대로 해 내지 못하니까. 끼니를 챙기기도, 운동을 하기도 귀찮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물이 난다. 우울에서 날 꺼내줄 카드도 다 써 버린 느낌이다. 이전에는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다. 몇 주 전엔 피아노를 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곤 했었는데 요샌 별 도움이 안 된다거나, 좋아하던 달리기마저 귀찮아진다거나. 고요와 평온으로 안내해주는 책조차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맑은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듯 감정도 그렇게 흘러가고 만다는 걸, 폭풍우가 지나가면 며칠 뒤엔 날이 개듯 기분도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걸 알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그 사실들을 의심하게 된다. 영영 먹구름을 끼고 살게 되지는 않을까, 과연 날씨가 정말 맑아질까.
지금의 무기력함이 너무 싫다. 이 시기가 너무 오래 지속되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