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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Nov 07. 2023

아들에게 쓰는 편지 1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들. 엄마는 요즘 삶의 의미에 대해 자주 생각해. 너희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 것 같아.

그 답을 찾고자 최근에 엄마가 과학에 좀 빠졌었어. DH가 아프면서 그 원인을 객관적으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 뭐 어쨌건, 엄마가 좋아하는 물리학자가 그런 말을 하더라. 세상의 모든 것들은 결국은 원자로 이뤄져 있데. 양자역학으로 설명되는 모든 것들. 이러한 원자들의 움직임에 의해 사물의 모습이 결정될 뿐이고 그 원자들은 흩어져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우리가 살아있는 지금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지만, 결국은 죽게 되겠지. 하지만 원자의 모습으로는 그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조금은 편해지기도 해. DH의 어려움도 결국은 원자들의 다른 조합인 것 일 뿐이니까. 그런데 왜 이러한 변이를 만들어냈을까? 그리고 세상에 왜 이런 변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 의아하지.


삶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예측 불가능의 연속인 것 같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지. 그래서 사람들이 불안하고, 나의 미래를 점쳐보고 하는 거 아닐까? 과학도 결국은 이러한 패턴을 알고 싶어 시작된 학문이겠지. 예측 가능성 안에 모든 것이 통제되어야 나의 생, 인간의 생이 편하고 지속가능할 테니까


아가들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각종 검사들을 해. 너희들도 여러 검사를 했지. 건강한지 아닌지에 대한 검사야. 그때부터 생각했던 거 같아. 우리 아이가 건강하지 않는다면 낳지 않을 것인가? 당연히 엄마는 아니야.

DH가 소아정신과에 처음 갔을 때 담당교수가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하더라. 그때 DH는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가 엄청난 양의 피를 뽑았었어. 너무 힘들어했지. 엉엉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그때도 그렇게 생각한 거 같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다면 해결책은 크게 달라지는 것인가? 아니지. 그냥 원인을 찾고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인 것 같아


엄마는 세상의 모든 가치 중에 너희에게 하나만 물려줄 수 있다면 단연 견뎌내는 힘을 고를 거야.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이겨는 힘. 그것을 위해 엄마가 가장 먼저 해줘야 할 것은 너희에 대한 사랑과 지지라고 생각해. 뿌리가 깊은 나무가 모진 바람을 버텨내듯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세상을 견뎌내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 너희는 충분히 멋있고, 가치 있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자존감의 뿌리를 단단하게 해주고 싶어. 그리고 그게 엄마로서 삶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어. 과학적으로는 단순히 종족번식의 욕구라고 명명할 수 있지만 말이야. 이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매우 숭고한 일라는 것을 최근에 들어 많이 깨닫게 돼. 너희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니.


엄마는 너희를 품에 안고 있으면 우주를 안고 있는 기분이 든단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을 어느 때쯤 너희가 힘든 상황이라면 힘을 내주렴. 너희는 엄마의 가장 큰 세상이니까

매일 하는 말이지만 "태어나 주어서 고맙다. 아들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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