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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berry Oct 21. 2020

돼지고기 수육

집밥 실험 (Feat. 인스턴트 팟)


돼지고기 수육 (인스턴트 팟)



재료

돼지고기 목전지살 2~3덩이 (코스트코의 pork shoulder)

파(미국식 green onion)

깐마늘 (통으로)

양파

맛술/소주 2~3스푼

된장 1~2스푼 (잡내 제거 및 밑간)

물 (고기가 반쯤 잠기는 양)

* 모든 재료의 양은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적당량, 취향껏이다.



만들기

1. 인스턴트 팟에 모든 재료를 넣는다. (국물을 내기 전 고기를 찬 물에 담가서 핏물을 빼기도 한다는데, 미각에 예민하지 않은 나는 미리 핏물을 빼지 않아도 이 재료로 고아내면 고기 잡내를 느낀 적은 없었다.)

2. 고기가 반쯤 잠기는 정도의 물을 넣고 된장을 잘 풀어준다. (된장을 너무 아끼면 삶아진 고기가 맛이 없다.)

3. 밸브를 sealing(압력)에 놓고 meat 기능 20분을 맞춘다. (예열 시간까지 계산하여 40분 정도 잡아야 한다.)

4. 완료 알람이 울리면 10~20분 정도 놔뒀다가 밸브를 venting(배출)으로 돌려 증기를 빼낸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증기를 빼면 주변이 초토화된다.)

5. 고기를 건져 적당한 두께로 썰어낸다.


수육의 짝, 쌈채소와 겉절이.




수육의 짝은 역시 겉절이다. 아이를 낳기 전 김치를 담가 먹을 때는 배추를 사러 가서 돼지고기도 함께 사왔다. 삼겹살pork belly로도 해봤지만 삼겹살보다 비계가 적은 목전지살pork shoulder이 내 입맛에는 적당하다. 기름기가 너무 많아도 곤란하지만 너무 없어도 (안심pork loin) 퍽퍽하고 맛이 없다. 출산 후 갓 담근 겉절이의 호사를 누리는 일은 없어지고 그때그때 집에 있는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서, 한인 마트에서 깻잎을 사는 날이 수육을 먹는 날이 되었다. 깻잎도 품질에 기복이 있어서 언제 살지 모르기 때문에, 냉동실에 코스트코의 대량 포장 목전지살을 소분하여 상비해둔다.


수육의 또 다른 짝은 쌈채소다. 육류보다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다. 수육을 먹는 날은 작심하고 채소를 먹는 날이다.


몇 년 전 친정 아빠가 텃밭을 가꾸신 적이 있다. 작은 땅에 알차게 상추, 치커리, 겨자, 파, 오이, 고추, 토마토 등을 심고 매일 알뜰살뜰 살피셨다. 상추 한 포기마다 잎 하나씩만 따도 양 손이 모자랄 정도로 잘 자랐고, 집에서는 매일 그 양을 소화하기 위해 상추 잎 서너 장에 밥 반 숟갈을 얹었다. 밥을 먹기 위해 상추를 먹는 게 아니라 상추를 먹기 위해 밥을 먹었다. 그때의 상추 맛은 첫째를 임신하고 입덧할 때 생각이 났다.


얼마 전 뒷마당에 적상추red lettuce와 청상추buttercrunch, 방울토마토 모종을 사다 심었다. 아이들과 키우려고 한 건데 아직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농사 덕에 상추가 쑥쑥 잘 자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키워보니 예상보다 더 빨리 자란다. 모종 키우기조차 안 해본, 밭 가꾸기에는 1도 관심이 없는 남편에게도 상추의 기특함을 보여준다. 일주일 남짓 키운 상추를 먹기 위해 깻잎과 미나리도 사오고 고기를 삶아냈다. 곧 깻잎과 고추도 심을 예정이다.


위쪽 두 그루는 방울토마토, 아래쪽은 상추. 모종을 심은 지 이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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