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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berry Sep 13. 2020

된장찌개

집밥 실험 (Feat. 인스턴트 팟)


된장찌개 (인스턴트 팟)



재료

멸치다시마 육수 (없으면 물)

된장 (집된장과 시판 된장을 1:1로 섞으면 맛있다고 한다. 나는 집된장만 쓴다.)

무**

각종 채소: 감자, 양파, 애호박, 무청 등***

소고기 (국거리, 선택)

두부 (선택)

매운 풋고추, 매운 고춧가루 (선택)

* 모든 재료의 양은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적당량, 취향 껏이다.

** 채소는 그때그때 집에 있는 것들을 넣지만, 무는 꼭 넣으려고 한다. (<집밥 백선생> 시즌1 애청자.)

*** 각 채소의 양은 서로 비슷하게 맞추려고 한다. 취향에 따라 달리 해도 무방하다. 무청은 씻어서 잘게 썰어 데쳐서 소분하여 냉동한 걸 쓴다.

**** 된장국에는 육수 양을 늘리고 주 채소 한 가지(많이) 무, 양파 정도(조금)만 넣는다. 주 채소 종류는 시금치, 알배추, 아욱, 근대 등을 쓰며, 무청과 마찬가지로 씻어서 적당히 썰어서 데쳐서 소분하여 냉동 보관한 걸 쓴다.



좌. 내솥을 안치기 전 모든 재료를 넣은 모습 - 우. 압력 조리가 끝나고 두부를 넣은 모습


만들기

1. 무는 채 썰거나 나박썰기 한다.

2. 각종 채소를 준비한다.

3. 내솥에 무와 채소를 넣고, 멸치다시마 육수는 채소보다 1~2cm 정도 올라오게 붓는다. (소고기를 넣을 경우 지금 넣는다.)

4. 된장을 적당량 푼다. 꼼꼼히는 아니어도 손톱보다 큰 덩어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어줘야 한다.

5. 밸브를 sealing(압력)에 놓고 국물soup/broth 기능 8분을 맞춘다. (예열과 압력 배출 시간까지 총 25분 정도 잡는다.)

6. 두부를 썰어둔다.

7. 완료 알람이 울리면 10~15분 정도 놔뒀다가 밸브를 venting(배출)로 돌려 증기를 빼낸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증기를 빼내면 주변이 초토화된다. 압력 조리 시간이 짧으면 증기도 금방 빠진다.)

8. 압력이 빠진 후 뚜껑을 열고 간을 보고 된장이나 육수를 더 넣는다. (두부가 있다면 지금 넣는다.)

9. 소테saute 기능으로 한 소끔 끓어오르면 끈다.

10. 취향에 따라 매운 풋고추나 매운 고춧가루를 더한다.


설거지 양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식판식. 오랜만에 가득 찼다.




친정에서는 된장국을 자주 먹었다. 친정 아빠의 최애 음식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된장국일 것이다. 말 그대로 된장국에 김치만 있어도 두 그릇 뚝딱이고, 매일 드셔도 안 질린다고 하신다. 그래서 엄마는 매번 채소 종류를 바꾸어 된장국을 후루룩 끓일 수 있도록 각종 채소를 데쳐서 소분, 냉동해 두신다. 지금 나의 냉동실에 무청, 애호박, 시금치, 알배추, 아욱, 근대가 항상 구비되어 있는 것도 그 영향이다. 그렇게 된장국은 매주 두세 번은 먹었다. 어려서는 "또 된장국이야." 였지만, 아이를 낳은 후 외식을 하고 나면 개운한 된장국이 간절하다.


외할머니 댁에 부모님이 주기적으로 내려가서 텃밭을 살피고 채소를 수확해 오시기 때문에 제철 채소도 많이 먹었다. 고기를 먹기 위해 채소를 사는 게 아니라, 채소를 소진하기 위해 고기를 사왔다. 이런 영향으로 나의 결혼 전 식생활은 채소8:고기2 정도였다.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해 된장국에 채소 위주 식단을 제시했다. 우리 집 식탁과 이질감이 없었다.


남편은 반찬 투정은 없지만 육고기가 없으면 아무 말 없이 후다닥 그릇을 비웠다. 그래서 고기 반찬이 없을 때는 된장국이든 된장찌개든 소고기를 넣고 끓여 냈다. 고기가 들어가면 지방과 단백질의 맛이 함께 나고 든든한 느낌이 든다. 이내 친정에서의 된장국을 잊고 고기 없는 된장국/된장찌개는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임신 중에 친정 엄마가 미국 우리집에 오시게 되었다. 엄마가 끓여주신 무청 된장국이 매우 시원하고 맛있었다. 눈이 동그래져 엄마한테 어떻게 끓였는지 여쭤봤다.

- 집에서랑 똑같은데. 고기도 안 넣었어.

고기를 안 넣어야 개운하다! 그 이후로 밥에 비벼먹기 위한 강된장찌개 말고는 된장찌개와 된장국에 소고기를 넣지 않는다.


인스턴트 팟에 찌개와 국을 끓인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주로 고기 요리(갈비탕, 등갈비, 수육, 김치찜 등)에 인스턴트 팟을 사용했는데, 갑자기 된장찌개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친한 언니가 인스턴트 팟으로는 뭐든지 깊은 맛, 오래 푹 끓인 맛이 난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모든 재료를 털어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냄비에 끓일 때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안쳐놓고 신경을 끌 수 있다. 다행히 맛도 좋았다. 각종 된장국과 미역국, 콩나물국도 인스턴트 팟으로 잘 끓여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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