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졸업장은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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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과 소득의 상관관계
대학 졸업장을 얘기하기 앞서, 우선 독일의 평균소득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간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충격적이겠지만 독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세후" 월급은 사실 한국 평균과 꽤 비슷하다. 아니, 심지어 한국이 조금 더 높다. 이는 독일 사회 전반적인 물가가 한국보다 높은 것을 고려했을 때 독일에서 돈의 가치는 한국보다 더욱 낮게 느껴진다.
물론 최근 코로나로 인해 독일 경제가 꽤 타격(2021년 독일 경제성장률 2.7%)을 받았고, 한국은 오히려 성장한 것(2021년 한국 경제성장률 4.0%)을 감안하면 아래 지표는 독일에 약간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2022년 독일의 세전 평균 소득은 전체 3.099유로
(세전 연봉 37.188유로 = 한화 50,575,6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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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전의 평균 금액은 절대 낮은 금액이 아니다. 문제는 세후다. 그리고 평균 소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직종의 월급을 다 합산한 금액이다. 따라서 약간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파일럿과 의사 같은 고수입 직종과 독일에서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자인 요양보호사(Altenpfleger)를 비롯한 각종 판매원(Kaufmann)의 수입까지의 평균을 냈다고 보면 된다.
위 제시된 금액은 사실 독일로 오는 대부분의 학석사를 가졌거나 학위를 가질 한국인에게는 다소 적은 금액이다. 저 평균에 들어가는 많은 독일인들이 대학교 학위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독일로 오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대학교에 진학하여 대학 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하기 때문에 '독일에 있는 학사 이상의 한국인 평균연봉'은 '독일인 평균연봉'과는 분명 큰 차이가 존재한다.
분명 독일에서 대학교나 대학원을 졸업한 직장인이라면 취업 시 대체로 위에서 제시된 금액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을 기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독일에서 대학생이라고 하면 확실히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독일에서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를 졸업하면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Akademiker)으로 중상위권의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다.
필자가 독일에 처음 왔던 2010년 전후에 대학생은 사회에서 특별히 귀한 존재였다. 독일에서 대학생의 권위는(특히나 엔지니어 분야의 경우는 더더욱) 여전히 대단했으며 게다가 공학 대학교를 다니는한 취업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물론 월급/연봉도 대학 졸업장이 있으면 없는 사람들보다 월등히 높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2010년 이전만 해도 독일 대학생 비율은 전체 인구와 대비해 한국과 비교하자면 여전히 매우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는 학생의 수는 2019년까지 꾸준히 그것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여 2017년에는 거의 정점을 찍었다.
그림 출처: Statista
과거 정말로 공부를 할 사람들만 모였던 곳인 독일 대학교가 이제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직업을 위한 시장이 되고 있다.
대학공부가 이득이 되는 이유 중 몇 가지를 발췌하였다:
1. 대학 졸업장은 몇몇 직업의 경우 선택이 아닌 필수.
의사, 법조인, 선생님 등등의 직업의 경우 대학교는 필수다. 다른 직종을 하다가 중간에 변경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
2. 대학 졸업생의 경우 실직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 두번째 항목은 틀렸다. 실제로 독일의 전체 실직자 비율은 2021년 기준 5.1%로 낮은 편이나 대학 졸업생의 경우 실직 비율은 훨씬 더 높았다. 이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눈이 매우 높아졌거나 인건비가 비싸졌기 때문일 수 있다.
3. 대학 졸업생은 직업교육(Ausbildung) 졸업생보다 많은 돈을 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엔지니어 또는 경영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경우 만 서른이 넘기전에 이미 평균 임금을 훨씬 상회한다. 반면 문과 졸업생들은 경력을 꽤 쌓았더라도 임금이 평균 아래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4.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입사 후 승진에 크게 도움이 된다
5.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분야를 알아갈 수 있다
(-> 필자의 생각에 이 마지막 항목은 개인차가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한다.)
2018년의 경우 대학 졸업생 실직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서독 지역의 경우 1.9%로 동독보다 더 낮았고 대학과 상관없이 전체 실직자 비율은 5.2%였다. (원문 출처)
이 경향은 코로나 영향이 심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일부 전공자들의 경우 원래 취업이 어려웠고, 그게 코로나 땜에 조금 더 어려워진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독일의 전체 실업률 자체에는 별로 큰 변화가 없다.
위 Statista의 통계자료를 보면 2020년 3월 독일에 코로나가 본격 상륙한 시점부터 실업률은 소폭 상승하여 6.4%를 찍고 다시 낮아져서 가장 최근인 2022년 1월에는 독일 실업률이 5.4%가 되었다. 따라서 생각보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률에 큰 변화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그래프를 보듯 실업률 자체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독일에서 "대학생"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은 예전같지 않다. 이제 독일도 대학생이 너무 많은 시대이고, 코로나를 지나며 온라인 수업 방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사이버 대학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독일에서 대학교 학위는 여전히 아직까지는 한국보다 의미가 있지만, 그 힘이 예전같지 못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독일 인근 유럽국가 그리고 인도 사람들이 독일 구직시장으로 진입 중이다. 이제 독일에서 취업이민을 하려는 사람들은 독일인 뿐만아니라 기타 다른 외국인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게다가 독일 내 난민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독일은 모든 난민 신청자의 28.4%를 받아들임으로써 사실상 가장 많은 난민 수용 유럽국가가 되었다. (출처) 모든 난민이 독일의 양질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2018년 독일 대학교 내의 이민자 비율은 이미 20%에 육박하며 이들 대부분이 동유럽 국가이거나 터키, 이탈리아 또는 그리스 자녀이다. (출처)
아무래도 외국인력들이 대거 독일 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민자의 경우 현지인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많고, 저렴한 공급 탓에 전체적인 시장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독일의 많은 IT 회사들이 독일인 관리자 한 명을 두고 그 아래에 비교적 매우 저렴한 폴란드와 인도 직원들을 충분히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많이 절감했다. 경험상 폴란드 사람들의 경우 독일어가 비교적 유창하며 독일인보다 훨씬 적은 임금에도 열심히 일했다. 인도 사람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영어를 왠만큼 하는데다 최근 업무의 질적인 면으로도 많이 상승했다. 게다가 늦은 시간까지 정말 매우 열심히 일한다(...)
세후 평균 임금 계산하기
다시 평균 임금으로 돌아와 얘기해보자. 앞서 언급한 금액은 세전 소득이다. 세후 소득을 계산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결혼 유무 및 아이가 있는지와 어떤 세금 클래스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소득이 많으면 세율도 높고 적으면 세율이 낮다. 보험 또한 영향을 미치고 종교세를 내는지도 차이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2022년 세전 월급이 위에 제시된 평균 금액 3099유로이며, 결혼하지 않았고 자식이 없는 만 26세라고 하자. 종교세를 내지 않고 독일 공보험(KV-Zusatzbeitrag 1.3%)에 가입한 베를린 시민이다.
독일 세후 평균 소득(2022년 무자녀 싱글) = 약 2.000유로 (한화 272만 원)
한국 실질 임금총액(2020년 기준) 약 302만 원(출처), 세후 약 264만원
세후 손에 쥐는 월급이 비슷하더라도 실제로 느끼는 것은 매우 다르다. 독일의 경우 부가가치세가 19%(일반 세율 19%, 생필품 7%)이지만 한국의 경우 10%뿐이다. 각종 세율이 매우 높을뿐만 아니라 인건비 자체도 독일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세전 금액을 보면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다)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입장에서, 독일 삶의 만족도는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론은 독일에서 여전히 대학교를 나오는 것은 안 나오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이득이다. 하지만 그 추세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며, 독일도 학위자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그 희소성이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