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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고양이 Jun 25. 2022

내일부터 외국생활 쉽니다(2)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하고 일단 놀고보자 

한국에서의 첫 발 



그렇게 벼르던 퇴사의지를 내비치고도 대략 다섯 번 정도의 퇴사 인터뷰(?) 끝에 간신히 퇴사에 성공했다. 왜 퇴사를 하는지 무엇이 나를 퇴사하게 만들었는지 혹시 누군가가 괴롭히거나 부당한 이유의 퇴사는 아닌지 더 나은 이직제안을 받은 것인지 등등을 집요하게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물어본 다음에야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독일의 퇴사는 보통 서면으로 "3개월 통보" 원칙이 있기 때문에, 퇴사 의지를 밝힌 이후에도 무려 3개월을 더 일하고 퇴사해야 한다. 


내 경우는 쌓아둔 휴가 일수가 있었기에 한 달 정도는 휴가 및 인수인계와 작별인사 명목으로 사실상 조금 일찍 퇴사가 가능했다. 그렇게 독일에서의 물건들을 대충 정리해두고 나는 도망치듯이 한국으로 나와버렸다. 


당연히 그때만 해도 무려 14일이나 되는 자가격리가 있었으며, 나는 한국에 도착하고 자가격리를 반 핑계삼아 잠도 실컷자고 지쳤던 몸과 마음을 우선적으로 회복하는데 애썼다. 


퇴사를 하고 돌아온 딸을 엄마는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고, 나는 엄마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매 끼니를 먹으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한국으로 처음 귀국했을 때가 늦은 봄이었는데 나는 그 봄부터 무려 초 가을까지 한국에서 거의 매주 바다를 다닐정도로 산과 바다를 번갈아 오가며 퇴사의 자유로움을 무한정 만끽했다. 마치 내일은 이제 없는 사람처럼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며칠씩 신나게 놀다가 지치면 집에서 실컷 쉬고 다시 체력을 회복하면 또 바다에가서 워터 스포츠를 즐기고. 대체 안 가본 곳이 있나 싶을정도로 홍길동 수준으로 돌아다녔으니 그 동안 얼마나 나의 역마살을 억누르고 지냈는지 나 스스로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쓴 소리들을 들었는지 누가 알까. '너 그러다 경력단절된다'부터 '거길 미쳤다고 나와'는 기본이고 '힘들어도 버티고 있어야지 이 시국에 무슨 뜬금없이 퇴사'냐는 질타도 매우 많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 안 무너진다. 나는 현재도 여전히 1년 꽉 채워서 놀고있는 중이고, 정확히 1년을 채우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기로 했다. 물론 복귀할 회사 면접 프로세스도 다 잘 진행되어서 자리도 확보해 둔 상태다. 거기다 포지션도 내가 원하던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차라리 퇴사하길 잘했다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정말로 1년을 빈둥빈둥 놀기만 했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약간 애매하겠다. 나는 반 년 정도는 정말로 아무 걱정 없이 놀았고, 그 다음 반 년은 이직을 위한 공부에 투자했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은 사실 본격적인 강사활동이었는데, 나는 교육 강사로서 느낄 수 있는 큰 즐거움을 깨닫고 그 분야를 점점 더 넓히고 경험을 확장하는 중이다. 적절한 쉬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정말로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설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스스로 만든 안락한 울타리(Comfort zone)를 부시고 나오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나 새는 반드시 자신의 세상인 껍질을 깨고 나와야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다. 


인생은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을 손에 쥐는게 승자가 아닌 나와 가장 어울리는 것을 찾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일지도 모른다. 나와 최상의 궁합인 것을 찾을 때까지 내가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움직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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