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일상이 되고 생긴 하루하루 놀라운 변화
사실 난 운동을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스페인 사람도 아니면서 학창 시절에는 밥을 다섯 번 정도 먹었다. 오죽하면 엄마가 너 학교 다닐 땐 꼭 씨름선수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이 말로 내가 상처를 받을까 봐 아주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내게 고백을 했다. 부모님이 둘 다 별로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님에도 어린 시절의 나는 얼마나 잘 먹었는지 참 투실투실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일진들과 시비가 잦았다. 딱히 내가 직접 그 친구들과 문제가 있다기보단 문제가 발생한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하던 성격 탓에, 남의 일에 휘말려 내가 문제를 겪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친구가 맡아둔 자리를 당시 잘 나간다는 여자애들이 밀쳐서 뺏는 둥 그런 문제가 생기면 난 꼭 가만히 못 있고 대신 가서 따졌다. 덕분에 일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온갖 협박이라던가 공격을 받는 등 참 다사다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여자애들과 시비가 붙으면 그 애들의 남자 친구랑도 문제가 생겨서 일이 커지는 등 참 시끄러운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내게 협박을 하고 위협을 가하는데도 한 번도 주눅 들지를 않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다 중학교 시절에 한 번은 그중 어떤 여자애가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식의 협박을 했고, 말을 안 듣자 그 애의 친구들이 나를 둘러싸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체육 시간에도 나를 향한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는데, 피구를 할 때 나를 대놓고 공격한다던가 하는 등의 일이 잦아졌고, 나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내 친구들은 피구공을 전부 내게로 보냈고, 나 역시도 그 친구를 집중 공격해서 맞서 싸웠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당시에는 매우 진지했고, 한 번은 내가 단체로 맞을 것 같은 상황에 놓이자 아예 내가 선제공격을 해버렸다. 너무 화가 나서 발로 있는 힘껏 걷어찼고 생각보다 쉽게(?) 그 여자애는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때 내가 그 친구를 공격하던 걸 위층에서 구경하면서 신나 하던 중학교 3학년 오빠는 훗날 합기도장에서 나랑 만나 사귀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 일 이후로 나는 그 일진 전체의 표적이 돼서 내 반에 애들이 막 찾아오는 등의 온갖 위협이란 위협은 다 받았는데, 나는 그 길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합기도를 시작하게 됐다. 재밌던 점은 내가 다녔던 합기도장이 일진 집합소 같은 곳이었는데 사실 나는 그걸 알지 못한 채로 그곳에 다니게 됐고, 그 무릎 꿇으라던 여자애가 합기도장에 합류하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일진이라기보단 사실 정말 의리 있고 좋은 친구였다. 게다가 앞서 초등학교 때 나에게 시비가 잦았던 친구도 훗날 합기도장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게 된다(...)
운동에 점차 익숙해졌다
아무튼 이때부터 합기도로 인해 내 삶에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되었다. 주 5일, 매일 8시에 합기도 학원 차를 타고 가서 30분 몸풀기 30분 정도 발차기 등등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운동이 끝나고 야외에서 왔다 갔다 총 6킬로를 달렸다. 이렇게 1시간~2시간 정도의 운동을 월화수목금 동안 하고, 주말에는 시합을 나가거나 합기도에서 이런저런 단체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다 같이 야외 수영장에 가거나 해병대 캠프를 가거나 수련회 활동을 했는데 참 재밌었다. 시합에 다 같이 나가서 각종 메달을 따던 것도 생생하다. 시합 준비 때문에 자발적으로 남아서 이것저것 연습하고 하던 시간들은 너무 좋은 추억이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체력이 점점 좋아지면서 체육대회라던가 신체검사 등등의 이벤트가 있으면 달리기, 멀리뛰기, 스트레칭, 피구, 축구, 배구 등의 종목에서 손꼽힐 정도로 순위에 들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계주 선수로 본격 스카우트를 받았는데, 가끔 있는 학교 행사 때는 나가서 뛰었지만 학교 내신점수에 집중하면서 달리기는 그만두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논술 동아리 회장이었고, 이런저런 논술 활동 및 대외 활동도 참가했지만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성적이 떨어지면 단체로 등산을 같이 갔다. 그때는 공부한다는 이유로 합기도도 그만두었고, 움직임도 적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산을 탔던 기억이 난다. 수험생이란 이유로 운동을 적게 했던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수능을 보자마자 거의 바로 유학원에 다니기 시작해서 독일로 오게 되었는데, 독일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아침 7시에 헬스장으로 이동했다. 거의 반 강제로 7시에 무조건 헬스장에 갈 준비를 마쳐야 했는데, 당시에 사귀던 남자 친구와 친구들이 차를 타고 다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우리는 자동으로 같이 운동을 시작했다. 뭔가 지금 생각하면 역시 웃기지만 그때의 체력은 정말 대단했다.
7시에 운동을 시작해서 1시간 이것저것 헬스를 하고 다시 30분을 걸어서 집에 돌아오는 코스다. 모든 게 다 끝나도 아침 8시 30분이었다.
이게 차차 적응이 되자 나는 친한 친구와 테니스 티켓을 끊어서 대학교 테니스 코트를 이용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하루에 3시간은 기본이고 많이 움직일 때는 5시간 동안 운동을 한 적도 있다.
학교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주변 하이킹도 참 많이 했는데, 독일 애들과 주말에 하이킹을 반나절씩 하고 나면 다음날은 피곤하기는커녕 몸이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키운 기초체력으로 나는 훗날 스페인 산티아고 820킬로를 완주하게 된다.
체력단련 그 이후
그러다 또 한 번 커다란 운동 정체기가 온다. 나는 학교 졸업 후 모 대기업에 입사를 했고, 그곳에서 잦은 출장을 다니면서 체력이 떨어짐을 느꼈고 배드민턴 / 수영 / 볼더링/ 러닝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출장 중에는 호텔에서 이틀에 한 번씩 50분씩 6-7분 페이스로 천천히 달렸고 약간의 근력 운동을 했다. 수영을 늦게 배웠기 때문에 쉬는 날 및 휴가 중에는 수영장에 꼭 갔고, 볼더링은 2주에 한 번 정도씩 갔으며 배드민턴은 주 2회 참석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 운동 패턴이 익숙해지자 나는 낮 시간에 피곤하다는 생각 자체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은 하나같이 너는 왜 퇴근 시간이 돼도 이렇게 쌩쌩한 얼굴이냐며 의아해했는데, 기초체력이 자리를 잡고 나니 퇴근 후에도 에너지가 넘쳐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다. 각종 액티비티를 하거나 이것저것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 나설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많아지게 됐다.
코로나가 터지고
코로나로 인해 실내 운동이 불가능해지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하루에 20km에서 많게는 80km를 달렸다. 줄넘기를 하면서 친구와 전화를 한다던가 홈트레이닝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퇴사 후에는 한국에 들어와서 말 그대로 매일 수영장에 갔다. 그동안 허우적거리던 수영도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해서 2km까지 수영이 가능해졌고 독일로 돌아와서는 깊은 물에서도 두려움 없이 수영할 수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산다
이직을 하고 또다시 시작한 회사생활과 함께 나는 헬스를 시작했고, 거기에 요즘은 다시 시작한 러닝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주 2회 30분씩 뛰고 다른 운동들과 병행하니까 하루 종일 사무직으로 앉아만 있어도 몸이 조금도 뻐근하지 않고 오히려 잠도 참 잘 온다. 주 5일 정도만 가도 몸이 매우 가뿐하다.
운동으로 인한 장점은 이렇게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확실히 먹는 것도 신경을 쓰게 된다. 아무래도 생활에 운동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애초에 무리가 가는 활동을 안 하게 된다. 술도 적게 마시고 음식도 가려먹게 돼서 일상에서 컨디션이 매우 좋다. 생활 전반에 자신감이 붙는 것은 기본이다. 늘 관리가 된 느낌으로 사는 기분이다.
어떤 활동이든 그것이 습관이 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조금씩 시작하더라도 매일매일 하게 되면 그게 자연스럽게 일상이 돼서 없으면 허전해진다. 여기에 약간씩 활동이 나아짐을 느낀다면 금상첨화다. 내게는 그게 체력단련이었지만 공부도 뭔가 다른 배움이라던가 활동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요즘의 나는 정말로 살아있음을 너무 크게 느낀다.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고 애플 워치 활동 링을 채우는 것처럼 단계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기분이라서 지루하지가 않다.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아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