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느 때처럼 길 위에 서있다.
차갑지만 상쾌한 바람...
유난히, 하늘이 나에게 가까이 맞닿아있는 날이다.
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가 자유로워 보인다.
꺾이지 않는 춤사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추고 있는 춤.
그 갈대는,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글을 쓰고 사진을 담고 있는 나를 닮았다.
중2 여름과 가을사이, 국어선생님은 자신을 글로 표현해 보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글로 쓰는 '자화상'이었던 셈이다. 처음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읽는 글로 표현해 본 것이.
첫 문장은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었다. 바로 떠오르는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그 글의 첫 문장은,
'내 모습을 감에 비유하면 떫은 감이요, 그림에 비유하면 미완성된 그림이다'였다. 국어선생님께서는 내 글을 칭찬해 주시면서 조금 더 수정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수십 번 글을 수정했지만 맨 처음의 문장은 수정하지 않았다. 아니, 그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나라는 사람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앞서 발행했던 브런치 북, '나를 사랑하게 된 후'의 프롤로그 ‘내 마음의 노크’에 썼던 글처럼, 어느 날, 문득, 어느 순간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 마음에 문을 열었다.
여전히 '떫은 감‘이고 ’미완성된 그림'을 완성해 가고 있는 ‘나’이지만 공기를 잔뜩 담은 듯 답답했던 마음의 무게를 나 자신이 선택한 자유가 조금씩 덜어주고 있음을 느껴 가면서, 오늘도 길 위에 서있다.
손 끝으로 바람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