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다양한 선택의 존중’이라는 메뉴

by 겨울꽃 김선혜
photo by Seonhye



귀까지 얼얼해지는 찬바람 사이를 걷는다.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풀잎 향이 코를 감싸는 늦은 오후.

익숙한 산책길이 어느새 바뀌었다.

같은 장소에서 유일하게 같은 것은 켜켜이 쌓아둔 내 발자국이다.

없던 계단 하나가 생겨있는 걸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동안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붙여 있었던 곳이었으니까.

계단 사이 눈에 들어온 것은 삐쭉 삐져나와있는 이름 모를 식물줄기.

무리를 지어 있는 많은 식물들을 두고 계단에 기대어, 아니 계단을 길삼아 걷고 있다.


'그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도 괜찮아'



꽃들에게 희망을


애벌레 '줄무늬'는 수많은 애벌레들이 서로 뒤엉켜 올라가고 있는 높은 곳을 계속 오른다.

목표는 그 많은 애벌레들을 뒤로하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거였다. '줄무늬'는 오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엔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줄무늬'는 절망하지만 결국엔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다. 마침내, 줄무늬는 고치를 만들고 나비로 변하여 하늘을 날게 된다.


줄무늬가 하늘을 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고,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해 내고 나서 진정한 자신을 찾았기 때문이다.


*

어린 소녀는 피아노 학원에서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었다. 글자 수가 많지 않고 그림도 그려져 있는 책이어서인지 그냥 재미있었다. 선생님의 앞 타임 레슨이 길어지는 날에는 한 권을 다 읽을 수도 있었다. 소녀는 그 글을 잘 이해했다. '그래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것을 가지려고 경쟁하면서 위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거구나!'


시간이 흘러 어린 소녀는 조금 더 큰 소녀가 되었고 경쟁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경쟁은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즈음부터 어릴 적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은 머리에서 지웠다. 동화는 동화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정규교육과정을 밟았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했으며 자녀를 낳았다. 큰 줄기로 보면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환경적으로 그렇게 자라났고 내 성향도 안정형을 추구하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분명 좋아하지만, '어울림'에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녀를 양육했던 과정도 다르지 않다. 학구열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자녀의 학업을 뒷바라지했고, 여전히, 지금도 높은 곳을 향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어느 정도는 있다. 그럼에도 자녀가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던지 아님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던지, 어떤 선택이든 내 앞에 서있는 다 자란 어른의 선택을 존중한다.


언제나 그래왔다. 중요한 선택이 다 지나갔나 싶다가도 다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주어진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던지 그 선택의 주인은 ‘자신’이다.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고 온 가족들이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그 식탁에 '다양한 선택의 존중'이라는 메뉴를 항상 차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릴 적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을 다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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