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작가와 마주하기 5

페트라 콜린스

by 겨울꽃 김선혜
section 1, 비커밍 페트라
section 2, 페어리 테일즈
section 3, 뉴 노스탤지어


대림 미술관에서 만난 '페트라 콜린스'는 매우 감각적이고 자신만의 색이 확실한 작가였다. 이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은 '비커밍 페트라'.

이곳에는 작가 자신의 예술성을 탐색하기 시작하는 시기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필름카메라의 아날로그적 질감과 빛을 적절히 활용해서 담은 파스텔톤 색감에는 사춘기 소녀의 서정적인 정서가 묻어있다. 하지만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그 내용은 서정적이지만은 않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친구들의 성장과정이 아름답게만 담기지 않았고 가족들의 사진 역시, 색감이 주는 아름다움 뒤에 왠지 모를 슬픔이 있다. 전시장의 한 면에는 그녀의 성장배경이 소개되어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양극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고, 아버지는 병약했다는 내용의 글이 있는데, 그 글을 읽고 나니 그녀의 사진이 조금 더 이해되었다.


두 번째 섹션은 '시선'.

‘시선’은 소녀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작가 스토리를 담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만의 세계가 확립되어 가는 시기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공간에 있는 그녀의 작품은 사진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시장 한 면에 전시된 조형물들은 관람자들을 그녀의 세계로 인도한다. 조형물들을 자세히 보면 가면과 신체의 일부분들이다. 사진 속에도 이 조형물이 등장한다. 가면을 쓰고 비뚤어진 체위로 정면을 응시하는 여성의 사진은 다른 사람이 아닌 페트라, 자신이다. 그녀는 여성의 외형에 가해지는 사회적 통제와 이상화된 미(美)의 기준을 비판하고 싶어 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그녀의 스토리 텔링뿐 아니라 두 가지 시리즈를 더 소개했다. (전시장에 쓰여 있는 작품설명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페어리 테일즈(2020-2021) 시리즈는 고전동화를 다크하고 약간은 에로틱하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녀가 제작한 비디오와 사진들은 매우 감각적이다. 그녀는 작품 속에, 고전동화에 등장하는 여(女) 주인공의 스토리를 읽고 자란 여성들에게 심어진 수동적이고 비현실적인 환상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은 하나같이 판타지적 요소로 표현되어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그녀의 시리즈는 아이돌(2023-2024)이다.

사진 속 아이돌들의 표정은 어색하다. 소녀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돌들의 외모와는 사뭇 다르고, 입고 있는 의상은 과장되어 있다. 작품 설명을 빌리면, 이 사진들은 사회에서 규제되고 통제되고 있는 아이돌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했으며, 이러한 구조는 개인의 심리적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대변하고, 미디어가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과정과 그 이면의 드러나지 않는 소외와 권력관계들을 들춰내고자 함에 있다고 했다.


세 번째 섹션은 '뉴 노스탤지어'.

작가의 작품은 패션 매거진, 상업 광고, 브랜드 필름, 뮤직 비디오, 패션 브랜드 등으로 확대되었다. 세 번째 섹션이 전시되어 있는 층에는 그녀가 촬영한 매거진, 뮤직 비디오등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큰 제목을 '뉴 노스탤지어'라고 붙였을까. 노스탤지어에 '뉴'를 붙인 이유는 그녀의 말을 빌려야 이해가 된다.

그녀는 기존의 노스탤지어를 자신만의 세계로 끌어와 재해석했다. 그녀의 노스탤지어는 과거가 아니라, 과거에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삶이다. 거울이 달린 천정, 예쁜 인형, 레이스 커튼이 달린 창문,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사진을 붙여 놓은 공간은 그녀만의 '노스탤지어'였다.



페트라 콜린스 전시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 그녀의 성장과정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무용수가 되기 위해 배워왔던 무용을 그만두게 되었고(정확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부모님 두 분은 보통의 부모님과 다르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독학으로 사진을 익혔고, 세상을 향해 페트라, '자신'의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작품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았다.


나는 그녀가 내는 모든 목소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고전동화 속 여주인공을 보고 읽고 자랐지만, 수동적으로 사회의 시선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개개인의 삶의 가치관들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생각했던 것들은 성인이 되어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재미있고 따뜻하게 읽었던 동화들은, 가끔 각박하게 느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밝음'으로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는 목소리와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는 많은 사람들을 존중한다. 그리고 어릴 적 그녀를 살포시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녀가 재해석한 '노스탤지어'는 그녀의 어릴 적 결핍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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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사진, 글 계정 : @winterflower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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