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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집

<맥베스>(셰익스피어) 서평

by 최시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한 <맥베스>는 1막 1장에 마녀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맥베스를 부르러 간다는 세 자매의 말과 함께 마녀들은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라는 대사로 장을 마친다.


1막 2장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왕 덩컨왕이 맥베스를 칭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1막 3장에서는 세 마녀가 나타나 맥베스에게 그가 코도의 영주이자 왕이 될 것이라 예언한다. 그리고 실제 마녀들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귀족 로스가 국왕이 맥베스를 코도의 영주로 임명했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다. 이 사실에 맥베스는 흥분하면서도 두려워한다.


1막 4장에서는 덩컨왕이 아들 맬컴을 캠벌랜드 왕자로 책봉하고 맥베스는 이에 마음 속에 번민이 든다. 1막 5장으로 넘어가면 맥베스 부인이 맥베스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앞서 마녀들이 전한 예언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가 사악하지 못하고 정직한 성격임을 알기에 자신이 맥베스가 권력을 얻기 위해 ㅍ필요한 악행도 저지를 수 있도록 도우리라 마음을 먹는다.


때마침 덩컨왕이 맥베스의 저녁 만찬에 참가하자 맥베스와 그의 부인은 왕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맥베스가 왕의 암살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부인에게 이런 짓은 그만두자고 말하자 부인은 그를 남자답지 못하다고 되려 꾸짖는다.


2막에서 결국 맥베스는 암살을 하고 시종들에게 피를 묻혀 혐의를 덮어씌운다. 날이 밝고 스코틀랜드 귀족 맥더프가 왕이 시해되었음을 만찬에 참석했던 모두에게 알리자 다들 맥베스와 그의 부인의 의도대로 시종들이 왕을 죽였다고 믿는다.


3장에서 맥베스는 왕이 되었다. 그의 동료 뱅코의 올곧은 성정을 두려워한 맥베스는 그가 왕을 죽이라고 사주했다고 소문을 퍼뜨린다. 또한 자객을 시켜 뱅코를 암살하도록 사주한다. 결국 맥베스의 자객이 뱅코를 죽이지만 그의 아들 플리언스는 도망친다. 뱅코를 죽인 맥베스는 공포와 환상에 질려 만찬에서 발작을 일으킨다.


4막에서 다시 세 마녀가 나타나 가마솥을 끊인다. 지옥의 여신 헤카테가 그녀들로 하여금 가마솥 주변에서 마술을 걸며 노래하게 시키자 맥베스가 마녀들 앞에 나타나 고민을 상의한다. 이때 혼령들이 나타나 그에게 대답을 한다. 첫째 혼령은 맥더프를 조심하라 말하고 둘째 혼령은 여자에게 태어나서 맥더프를 해칠 사람 없으리라고 말했으며 셋째이자 마지막 혼령은 버남의 큰 수풀이 던시네인 언덕으로 맥베스를 대적하여 다가오기

전에는 절대 정복되지 않으리라고 에언한다.


이후 맥베스는 맥더프 가문을 철저히 학살하며 맥더프의 가족들을 죽인다. 이때 마침 맥더프는 성밖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맥베스가 자신의 가문을 없앴다는 소식을 듣고 비통해한다. 폭군 맥베스에 대해 분노한 다른 귀족들과 왕자였던 맬컴은 서로 힘을 모아 맥베스를 공격하기로 결심한다.


5막으로 가면 스코틀랜드 귀족들과 왕자가 군대를 이끌고 맥베스를 공격하러 온다. 그들은 마침 버남 숲 근처에서 집결하였는데 맬컴은 병사들이 버남의 숲 나뭇가지들을 들어 숫자를 숨기도록 하였다. 예언이 이루어지자 결국 맥베스는 맬컴에 의해 살해당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정치 비극이라고 볼 수 있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인식론에 관한 사유실험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맨처음에 나온 마녀들의 대사 즉,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라는 말은 일종의 역설이다. 고운 것을 일종의 선이고 더러운 것은 일종에 악이라고 보면 선은 악하고 악은 선하다라는 말이 된다. 일종의 가치 전도인 셈이다. 이러한 가치 전도를 나는 니체의 힘에의 의지에서 떠올리게 되었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유고 1885년 가을 판을 보면 특정한 현상들의 변경할 수 없는 연속은 “법칙”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두 힘 사이 또는 몇몇 힘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원인과 효과는 주체와 객체의 행함과 당함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때 이를 그 유명한 힘에의 의지라고 부르는데, 힘에의 의지는 어떤 등급과 체계를 나누는 해석으로서의 수단이다. 결국 니체에 의하면 진리란 ‘“나에게” 무엇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는 프랑스 현대 철학자 폴 리쾨르의 <악의 상징>의 제의를 통한 창조의 재현과 왕의 형상이라는 창조 신화의 왕과 대적의 관계에서 <맥베스>에 보다 가까운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대적은 악인이요, 전쟁은 그에게 벌을 주는 것이며 악인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먼저 악이 있고 질서가 오기 때문이다. 결국 악은 기존 질서를 깨는 어떤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질서의 바탕을 이룬다. 악은 원초적이다.


즉 여기서 ‘악’, 마녀들의 대사에서 나온 ‘더러움’이란 정치적 도덕의 권력관계를 의미한다. 맥베스는 처음부터 악인이나 폭군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선하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녀의 예언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여 스스로를 왕이라고 “규정”하게 된다. 그의 정직함이 그의 사악함이 되고, 그의 명예로움이 그의 권력욕이 되는 것이다. 사건의 시작점으로서 악은 마녀들이지만 그러한 악이 맥베스에게 옮겨가면서 그는 반란을 진압한 이후 권력을 정립한 덩컨왕을 죽임으로서 자신 스스로 혼돈이 되고 대적자가 된다. 그리고 이후에 맬컴이 그의 자리를 빼앗음으로써 본래 적자였던 왕의 혈통이 성립이 되고 질서가 형성이 되는 것이다.


<맥베스>에 의하면 결국 정치의 장에서 선의 인식은 권력과 명분 있는 자의 것이었다. 그가 의지하는 바에 따라서 반동분자와 충신이 나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폭군은 결국 다른 귀족들과 왕자에 의해 제거당한다. 이는 니체의 힘에의 의지가 작품의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분명 정치의 차원에서는 선함과 질서가 권력의 문제일 수 있지만 분명 보편적 정의는 정치를 넘어선 현실에 살아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결국 변증법적으로 <맥베스>는 가치전도된 도덕을 다시 한 번 전복시킴으로써 진정한 도덕을 회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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