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라떼아트, 빌런같은 그 이름
자격증 준비하기 전까지만해도 라떼아트는 덤, 서비스 같은 거였다.
뭐, 사실 없어도 딱히 신경쓰지 않았지만 카페에서 마시는 날 라떼아트가 올려져있으면 오, 예쁘네하기도 하고,
급할때는 어떤 모양이었는지 쳐다도 안보고 호록 마시기도 하고.
근데 커피의 세계에서 라떼아트는 뭐랄까....마치 귀족계의 대공작처럼 느껴졌다.
원두를 내리는 게 왕이라면, 라떼아트는 자기 영지에서는 왕처럼 있는 대공작같은 느낌이랄까.
커피 관련 자격증을 다루는 학원에는 라떼아트 반도 따로 있다.
라떼아트 챔피언도 따로 있다. 바리스타 챔피언과 별개로.
샷 내리는 건 변수가 많긴하지만 내가 팔 힘이 있기도 하고, 약간의 연습을 하니 금방 익숙해졌다.
사실 도징(원두가루를 포터필터에 넣는 것)은 저울도 있고 딱딱 맞춰서 하면 적어도 시험 기준에는 맞춰진다.
하지만 라떼아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손재주가 좀 없는 편이기도 하지만...나의 라떼아트는 처참했다.
선생님이 하실때는 호로록 하시길래 쉬울 줄 알았지만, 전에 말했듯 뭔가 너무 쉬워보이면 그 사람이 고수라는 거다. 분명 잔만 쳐다보고있었는데 우리 반 커피는 내가 다 흘렸던 것 같다. 타이머를 맞춘 날에는 또 손이 왜이렇게 떨리는지 형체가 안나올 때도 많았다. 내 원은 왜 매번 찌그러지거나, 콩알만한지 야속했다.
게다가 또 어떤 땐 아주 예쁘게 나오다가도, 바로 그 다음에 똑같이 다시 했는데 엉망진창으로 나오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또 안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 예측 불가능함이 나를 미치게 했다.
결국 라떼아트의 핵심이자 꿀팁은 "천천히"였다.
차분하고 느리게, 대신 잔은 계속 보면서 제때 기울여주기.
그리고 이걸 계속 연습하는 거였다.
말이 쉽지 계속 우유를 붓고 있고 잔에 빠르게 지금 액체가 차고있는데 이게 천천히 하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실때 약간 말에 음율이 있게 하셨는데, 그걸 중얼거리면서 한 게 도움이 되었다.
(잔 기울여서~쭈우우욱~위로~ 이런식이다)
그리고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라떼아트 영상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계속 보고 따라한게 컸다.
머리속에 이미지도 많이 그려보고, 집에서 물로도 연습해보고(물론 우유와 느낌은 좀 다르지만 유량을 일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학원에서 계속 연습하고의 반복이었다. 영상은 고수들 영상을 보면 따라하기도 어렵고 괜히 기만 죽으니까, 진짜 초보 영상을 많이 봐야 한다.
(3단 튤립, 로제타 영상 보고 내 하트 보고 있으면 더 슬퍼질 뿐이다)
성격이 급한 나는 마음이 급해지니 쭉쭉 붓다가 확 피쳐를 떼버리곤 했는데
라떼아트님은 급발진은 정말 용서를 못하신다.
운동을 해도 천천히, 도자기를 빚을 때도 천천히, 나한테 제일 필요한 말은 천천히인가 보다.
다른 친구들은 잘하던데 왜 나는 이모양인가 싶어서 더 마음이 조급해졌는데, 그냥 잔만 계속 바라보고 연습하니 나도 종국에는 어느정도 나오긴 했다. 다만 시험 기준에 맞도록 중앙에 위치하게 딱 크기가 맞도록, 또 이걸 일정하게 계속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자격증을 시작한 뒤로 라떼아트를 보면 난 이제 그게 더이상 덤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시간에 쫒겨사는 시대에 귀한 시간을 들여 잔만 바라보고 열중해서 만들었을 마음이 담겨있는 걸 알아서, 더 달콤하게 커피를 마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