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당탕탕 카이로 입문기
내리기 싫었던 비즈니스 석에서 겨우겨우 엉덩이를 떼고 내려 금빛 동상이 반겨주는 이집트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사실 요새는 정보가 워낙 많으니 맛집부터 모든 것을 미리 알고 가는 여행을 언제부턴가 하게 된 것 같아서, 이번 여행은 정말 최소한만 미리 예약하고 거의 알아보지 않은 채로 갔다. 그 결과….
입국심사하면서 여권을 뒤적이던 히잡을 쓴 여성 직원이 인상을 팍 쓰고 “비자 어딨어?”를 큰소리로 외쳤다. 뭐, 입국심사 담당하는 직원이 친절한 경우도 드물지만 너무 큰 소리로 공격적으로 말해서 깜짝 놀랐다. 어디서 받을 수 있냐고 하니 뒷쪽 은행을 턱으로 픽 가르킨다. 아… 그러고보니 언뜻 이집트 들어가기전 은행에서 비자를 발급하라는 글을 본 것도 같다.
입국심사장 근처에 있는 아무 은행(bank)에 가서 미국달러 25불(미국달러만 가능하다)을 내면 비자가 적혀진 스티커를 준다. 그걸 비자 페이지에 붙이고 입국심사에 갔어야 했던 것이다.
다시 입국심사를 하러 가니 우리 앞에 이집트 미남이 서있었다. 이야….아까 우리한테 짜증을 내던 그녀가 어찌나 친절하고 조곤조곤 아랍어로 얘기하던지!! 그 장면이 어처구니가 없어 웃기면서도 찬찬히 얼굴을 보니 너무 얼굴이 앳되서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연애는 중요하지! 싶었다.
두근두근 하며 친절하게 비자 스티커 페이지를 펴서 공손하게 드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의 그녀가 인상을 다시 팍쓰면서 미친듯이 컴퓨터 키보드를 탁탁탁탁탁 부서지라고 친다. 아 이번엔 뭔가, 뭐가 또 문제인가…하는 걱정이 얼굴에 다 드러났는지 “조금만 기다려(Just wait)” 하면서 양 손을 밀어보인다.
‘그래, 빨리빨리의 나라의 습관을 여기서는 버려야 한다’하고 기다린다. 아마도 컴퓨터나 인터넷의 문제이지 않았을까 싶다. 탁탁탁 소리가 한 서른번쯤 나자 이제 그녀의 얼굴에도 미안함이 서린다. 진짜 저 키보드가 부서지지 않을까? 나 진짜 입국할 수 있을까? 싶을 때쯤 드디어 되었다!! 아, 입국부터 쉽지 않다.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해왔지만, 이렇게 수속장에서 나가기 두려운 나라는 처음이었다. 차분히 앉아서 e-sim을 설치하고, 우리가 가진 현금인 달러를 챙겼다. 혹시 몰라서 트레블 월렛 카드 출금 수수료가 없는 NBE ATM도 해보려고 했지만 에러가 났다.
알고보니 현금이 없는 것으로, 생각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류였다. 이땐 몰라서 당황했지만. 그래도 현지 돈이 없이 공항을 벗어나는 것이 걱정되서 옆에 ATM에서 뽑았다가 수수료가 뽑은 것의 2/3가 나왔다….어차피 우버 부른다면 그냥 호텔에서 뽑는게 좋다…다시 생각해도 속이 쓰리다.
카이로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할 때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
1. 우버 : 글로벌 어플, 도착장소까지 택시비가 뜬다. 인드라이브 대비 비싸지만 미리 등록한 카드로 결제가 가능해 현금 아끼기 가능.
2. 인드라이브: (아마도)지역 내 택시어플, 현금만 가능, 택시 기사와 전화로 흥정해야 할 수도 있음. 타서도 물론 가격이 변경될 수도 있음.
3. 사설 투어 픽업 서비스: 무나투어, 지성투어, 모마투어 등등… 미국달러로 받고 가격은 현지가격 대비 비싸다. (25년 기준 25달러 정도)
가격으로만 따지면 3>1>2 정도이지 않을까. 하지만 적어도 처음 왔을 때는 3번을 미리 예약해 이용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왜냐하면, 택시 잡는 것이 카오스 그 자체이기 때문. 이미 공항을 나가기도 전에 흥정꾼들이 택시!!를 외치고,
야, 여기 우버 안와~소용없어~부터 자신이 공항 직원과 친한데 공식 인증 택시를 이용하라는 거짓말 쟁이들까지.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 새삼 실감한다. 이집트에 오긴 왔구나.
우린 우버를 이용했다. 하지만 빵빵 거리는 클락션 소리와 흥정꾼들의 소리들, 택시 아저씨는 도착했다고 게이트 몇번에 있다고 계속 채팅이 울리는데 처음 오는 공항이니 내가 어디있는지 정말 헷갈린다. 이집트 여행가기 전 외계 숫자같은 아랍어 숫자를 미리 공부하고 가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봤는데, 개뿔, 이런 카오스에서 그게 기억날리가 있나.
숫자가 아니라 거의 틀린그림 찾기로 더듬더듬 비교하고, 차종과 색으로 찾는게 더 빠르다. 다행히 아저씨가 기다려주셔서 간신히 탑승한 빨간색 도요타 캠리….정말 스펙타클하다.
택시를 타고 지나가다 보는 풍경은 너무 이국적이어서 가슴이 설렌다. 도로는 영국 식민지였으니 영국 느낌도 한스푼 있으나 바깥에는 모랫바람이 한톤 덮여진 모스크가 서있어 마치 게임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표지판에 있는 아랍어들과 옥외 간판들이 휙휙 지나가고, 점점 갈색빛과 황토빛 건물들이 많아지면 비행기 창고에서 드디어 사람 사는 곳으로 내가 진입하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힐튼 호텔이었다. 호텔에 들어가기도 전 경비원이 나와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트렁크 안을 검사한다. 그리고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도 짐 수색을 한다. 아무래도 치안문제가 있으니 대형 호텔들은 기본적으로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 같다.
1박 2일 씻지 못한채로 머리는 둘 다 노숙자처럼 번들번들하지, 택시 잡느라 이리뛰고 저리뛰느라 정신은 나갔지,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둘이 넋이 나가서 기다리는데 진짜 불쌍해보였던 것 같다.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다가와 따로 체크인해주시겠다고 해서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그분이 체크인 마지막에 “좋은 뷰의 방을 줬어”라고 몇번이나 강조하시는 것이다.
사실 너무 씻고 싶어서 그냥 빨리 보내줬음 좋겠다 했는데 방이 너무 넓고 좋았다!! 방값이 비싸서 스탠다드로 예매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업그레이드 해주신 것이 아닐까….불쌍한 신혼부부로 본 것 같다(어쩐지 보시면서 자꾸 웃으시더라..). 고층이라 창 밖에는 뿌연 회갈빛 빌딩들과 나일강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창을 닫아도 들려오는 빵빵소리를 배경으로 냅다 씻고 잠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