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카이로)

2. 여유를 되찾고 카이로 시내 구경(feat. 엘칼릴리 시장)

by 겨울빛


잠깐 잠을 자다가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레스토랑 가는 길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햇볕이 한국보다 뜨거워서 양산을 썼다. 안그래도 행색이 여행자인데다가 한국인이라 흘긋흘긋 보는데, 양산을 쓰니까 정말 거리에 지나가는 모두가 쳐다봤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집트 사람들은(특히 남자는 더더욱) 양산을 쓰는 것을 창피하게 느낀다고 한다.

너무나 강렬한 시선에 결국 양산을 접고 몇분 더 걸으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이집트의 음식이 맛없다. 거기서 거기다. 호불호 갈린다. 라는 악평을 듣고 와서 긴장했는데, 왠걸 너무 맛있다. 누가 맛없다고 그랬담.


에피타이저로는 채소와 함께 난을 튀겨서 후무스 베이스 딥에 찍어먹는 요리였다. 그리고 치킨 비프 타진을 먹었는데, 너무 신선하고 맛있었다. 밥도 한국 밥과 유사하게 약간 찰기가 있고, 소금과 기름 간을 해서 밥만 먹어도 맛있다. 그리고 망고주스는 망고 100프로다 정말 주스 맛집이었던 곳.

주스와 스텔라 맥주를 한잔 하면서 밖을 보니 이국적인 나무로 초록빛 그물이 쳐지고 그 사이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살며시 스며드는 사이 어디론가 바쁘게 향하는 올드카들이 지나가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던 늦은 오후의 창밖 풍경

거의 16시가 된 시간. 간단히 밥을 먹고, 닫는 시간이 간당간당했지만 너무 가까운데 있어서 이집트 국립 박물관으로 향했다. 가까우니까 걸어가보자! 했는데 길을 건너기가 너무 무서웠다. 신호등이 거의 없기도 하고, 사람을 보고도 속도를 잘 줄이지 않는 차들이 무서웠는데 어떤 걸인 아저씨가 원치 않는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우리는 실감했다. 이건 팁을 요구하겠구나. 어찌저찌 건넜지만 아저씨가 거의 두 블록 가까이 계속 따라와서 점점 겁이 났다. 그래서 아저씨가 잠시 한눈 판 사이 남편과 미친듯이 도망갔다.


아, 이러려고 우리는 달리기 연습을 했구나 싶어서 웃음이 났다. 하지만 웃긴 했어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경험이었다. 보통 두세번 거절하면 포기하고 가는데 끈질기게 쫒아오는 것이 신변에 위협감이 드는 경험이었다.

진기명기! 좁은 골목 사이 안건드리고 버스가 지나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립박물관의 철문은 닫혀있었고(그 와중에도 안여니까 다른 곳을 소개해주겠다는 흥정꾼이 붙어서^^ 진짜 닫긴 한건지 의문이 들었다), 아직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우리는 엘칼릴리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우버가 잘 안잡혀서 한참 기다리다가 간 엘 칼릴리 시장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각종 향신료부터, 옷, 장신구까지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지만 구매로 이어지기에는 정교함이 떨어지는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앞으로 여행이 많이 남아있어서 짐을 늘리기가 곤란한 상황이어서 잠깐 보고 빠르게 나왔다. 아주 여러명에게 돌릴 기념품이 아니라면 엘 칼릴리 시장은 분위기 정도만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왼쪽부터) 곳곳에 있던 귀여운 고양이들/각종 옷과 장신구를 파는 모습들
엘 칼릴리 시장

그리고 엘 칼릴리 시장에서 택시를 잡기가 정~말 정말 힘들다. 도로 구조상 차를 세우기가 어려워서(이미 도로변 주차한 차들도 많고, 4차선 도로로 계속 차들이 움직이는 상황임) 택시 기사들도 잘 안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갈 사람들은 맘먹고 여유있게 낮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잠깐 충전했던 배터리가 걸인 아저씨와 엘 칼릴리 시장에서 다시 방전되고, 숙소에서 잠깐 쉬었다. 그리고 밤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호텔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힐튼 루프탑에는 바가 있는데, 왁자지껄한 바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작고 소박했다.


가격은 거의 한국과 비슷하거나 살짝 저렴한 정도였는데, 음식과 술이 모두 깔끔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서 창가는 만석이었고, 모두 커플들이 앉아있었는데 일부는 주인이 유리 벽에 하트모양을 붙여 놓은 것을 보아 기념일인 모양이었다. 이집트 커플들은 이렇게 데이트 하는구나 싶어서 살짝 로맨틱한 순간이었다. 노래는 추억의 거의 20년전 노래들이 나와서 남편과 둘이 엄청 웃었다.

(왼쪽부터) 레몬민트 마티니와 망고주스 / 여유를 즐기는 남편
리조또와 구운 깔라마리

내일은 드디어 피라미드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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