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카이로)

1. 드디어 만나는 피라미드

by 겨울빛


아마 이집트에 왜 가고싶냐고 물어보면 여행자들은 모두 '피라미드를 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우리도 그랬다. 책에서 몇 번이나 봤지만 너무 거대해서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소문마저 있는 그 건축물을 눈에 직접 담고 싶어서 멀리서부터 날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는 날이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도 물론 자유여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책과 유튜브를 많이 보고 가더라도 직접 설명을 듣는 것 보다 현장감이 못하고, 미리 공부 안하고 가면 그냥 피라미드는 멋있는 거대한 삼각형 건축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유적지는 꼭 투어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사진만 찍고 끝날 수 있다.


그리고 가이드가 있어야 어느정도 호객꾼 방어가 가능한 것도 중요 포인트다(호객꾼들이 파는 것을 행여나 산다 하더라도 덤탱이 안맞는다).


이집트 투어사는 여러 곳이 있는데, 피라미드 투어는 가장 유명한 모마투어의 원데이 투어를 선택했다. 추석연휴에 간 만큼 사람이 많아서 인당 50달러를 지불했다. 사실 우리 숙소도 그래서 픽업 포인트 인근으로 정한 것도 있다(우리는 타흐리르 광장 KFC였음).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 등교하는 아이들

숙소 1층에서 산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밖을 보니 히잡을 쓴 아이들이 조금은 피곤한 얼굴로 등교하고 있었다. 시간은 8시이니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하다. 관광지보다 이런 현지의 일상을 보는 것이 나는 더 재밌었다.

엔진열기를 식히기 위해 뚜껑(?)을 열고 달리는 차들

모마투어지만 그 유명한 모마씨는 잠깐밖에 못보고, 다른 가이드가 안내했다. 이분도 이집트 역사를 석사까지 하고 삼성에서 5년간 근무한 워킹맘이었다. 한국어가 어찌나 유창한지 경외심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버스 밖에서 유심히 봤을 때 현지 사람들이 차도에 많이들 나와있어서 왜 저러나 했는데, 알고보니 손짓으로 버스를 잡아 출근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이런 소소한 설명을 들으면서 도착한 피라미드 입장소에 도착했다.


이집트의 유적지는 대부분 카드만 받는다. 이집트 파운드를 이집트에서 다 써야하는 여행자 입장에선 솔직히 반가웠다. 다만 일부 유적지는 카드사에서 오류가 날 수 있어서, 비자 카드와 마스터 카드 둘 다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피라미드 입장료는 사악한데, 무려 700LE(이집션 파운드)였다. 한화로 약 22,000원이다. 여기에 우리는 쿠푸왕 내부를 보고 싶어서 1,500LE(약 47,000원)를 지불했다. 그래도 인생에 한번인데 내야지.

피라미드 입장 티켓과 쿠푸왕 피라미드 내부관람 티켓

피라미드는 엄청난 호객꾼으로 유튜브에서 악명이 높았지만, 그래도 나라를 대표하는 유적지인데 이집트 정부도 느낀 바가 있었는지 깨끗하게 입구를 리뉴얼하면서 호객꾼들도 쫒아낸 모양이다. 그래서 악명 대비 비교적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부에는 피라미드 관람 포인트마다 셔틀이 다니고 있어서 뜨겁고 그늘이 없어 힘들 때마다 한줄기 빛 같았다. 10월이면 한국은 가을이지만 이집트는 여전히 뜨거워서 양산과 얇은 긴팔, 선글라스, 모자는 필수다(여기는 외국인들도 많아서 양산쓰는 사람들이 그래도 간간이 보인다).


우리에게 유명한 피라미드는 쿠푸왕의 대형 피라미드이지만, 피라미드는 왕족들의 무덤양식으로 왕비들과 자식들의 피라미드들도 있고 계속해서 발굴 중이다. 또 스핑크스는 생각보다 아담해서 놀랐는데, 원래는 왕의 무덤의 지킴이로 양 쪽에 하나씩 있었다고 한다.


사진에서만 보던 것을 눈으로 실제로 보니 정말 현실감이 없어서 감탄만 계속 나왔다. 그리고 가이드 분이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가장 유명한 포즈는 스핑크스와 주스 먹기와 뽀뽀하는 포즈이지만 의외로 선글라스 씌워주는 포즈가 생각보다 잘 나와서 추천한다.


그리고 일명 더 그레이트 피라미드로 불리는 쿠푸왕 피라미드 내부에 줄을 섰다.


일단 결론을 먼저 말하면 매우 비추천이다. 들어가는 줄도 정말 오래 걸리고, 없던 폐쇄 공포증도 생길 만큼 내부가 정말정말 좁다. 그리고 앞사람 엉덩이를 눈 앞에서 마주하며 허리도 못펴고 꽤 오래 들어가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매우, 매우 덥다. 그리고 글로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습도가 점점 엄습해서 쿠푸왕의 관이 있는 마지막에 가면 정점에 이른다. 한국 한여름 장마올 때 습기를 한 다섯배 뭉쳐서 몸에 치덕치덕 바르는 느낌이다.


진정한 쿠푸왕의 저주를 맛보고 싶으면 그 내부로 들어가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그래도 황량하게 펼쳐진 사막과 그 군데군데 있는 낙타들과 멀리서 보이는 피라미드와 내 앞의 고개를 한참 올려도 끝이 겨우 보일락말락 하는 장대한 피라미드를 본 광경은 잊을 수가 없다.


사진으로는 이 웅장함을 절대 담을 수가 없다. 담기지 않는데도 사진을 계속 찍은 이유는 아마 이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낙타체험하는 곳

그 뒤 셔틀을 타고 이동해 짤막한 낙타체험을 했다. 낙타는 말과 달리 다리가 길어서 막상 올라가면 꽤 높아서 무서울 수 있는데, 그럴땐 옆에서 찍는 것도 꽤 사진이 잘 나온다.


나는 치마를 입고가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찍은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던 것이...안장을 타고 올라가서 찍은 남편이 베드버그의 습격을 받았다.


아니 베드버그 스프레이를 가져가서 그렇게 열심히 뿌렸는데 낙타 안장에서 나올 것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베드버그는 모기와는 달리 정말 끔찍하게 간지러워서 남편이 정말 고생했다. 다행히 내가 가져온 햇빛 알레르기용 약과 연고가 강한 약이어서 잘 들었지만, 허리에 아직도 약간 남은 흉터를 보면 조금 속상하다.


하지만 투어를 했을 때는 까맣게 몰랐으므로, 행복하게 밥을 먹으러 떠났더랬다. 밥은 투어사와 연계된 식당에서 먹었는데 나는 닭 구이를, 남편은 용감하게 비둘기 구이를 주문했다.


비둘기 구이는 비둘기 안에 밥을 채워넣은 요리였는데 오히려 건조한 닭 구이보다 더 맛있었다. 그 외에 신선한 토마토 오이 샐러드와 후무스가 같이 사이드로 나왔는데 역시 맛있었다. 이집트는 고기가 나오면 늘 이렇게 샐러드를 곁들일 수 있는 것이 건강하게 밥을 먹는 것 같아서 좋다.

오른쪽이 비둘기 구이(안에 밥이 있다) 왼쪽은 치킨구이다


그리고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차로 10~15분 떨어진 나일강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시간은 얼마 주어지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뜨거운 햇볕 아래 아침부터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시원한 커피 한모금이 들어오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나일강을 볼 수 있는 야외 좌석은 흡연구역이라 담배냄새도 함께 했지만, 이집트는 술은 엄격하지만 담배에는 비교적 관대한 아랍권 국가이므로 수긍했다. 뭉게구름이 떠있는 강가, 배가 느릿느릿하게 지나가는 나일강 근처에서 커피를 한잔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노트북을 펴놓고 여유롭게 일하던 사람들과 쨍했던 날씨의 나일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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