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유를 누려요
어제 밤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야 객실에 돌아왔으니,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가 처음인 나는 팔찌만 보여주면 무적인 점이 신기했을 뿐 잠에 들기 바빴다. 햇살이 워낙 강해 두꺼운 햇볕을 뚫고 들어온 햇살에 눈을 뜬 아침, 커튼을 열자 보이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 헛웃음이 나왔다.
아스완의 바람이 실크같았다면 여기의 바람은 그보다는 강했지만 습기를 머금고 있어 좀 더 퐁신한 바람이었달까.
첫날 아침이어서 그런 건지 객실에 언제 아침을 가져다 줄 지 연락이 왔다. 리조트 식당가로 가면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직접 가져다 주시면 당연히 땡큐다. 빵은 역시 프랑스인들이 많이 묵은 소피텔 이후로 썩 맛있진 않았다. 오히려 슴슴하고 거친 이집트 빵이 더 입에 맞았고, 거기에 치즈와 햄을 곁들여 미리 가져온 포션 커피를 물에 타서 함께 먹으니 꽤 그럴싸한 아침이 되었다.
원래 아침을 먹고 해변가에 구경을 가려고 했는데 어제 너무 강행군으로 투어와 이동을 했더니 몸이 지쳐있어서 그냥 한숨 자기로 했다. 여긴 쉬려고 온 데니까, 하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 훨씬 몸이 개운해져 있었다.
수영복과 가벼운 로브를 걸치고 계단을 한참 내려오면 해변가 앞에 알프레도가 있다. 사실 식당은 곳곳에 있지만 메인식당인 알프레도가 가장 음식맛이 좋았다. 이탈리아식 이름을 걸고 있는 곳 답게 파스타를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시는 데 꽤 맛있었다. 여기에서 거의 점심과 저녁 사이의 식사를 했다.
거의 4시에 가까운 시각이었지만 생각보다 기온이 따뜻해서 바다로 들어가 보았는데, 으악 바다의 수온은 밖과 달리 너무 추웠다. 그리고 후루가다는 바람이 꽤 많이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춥게 느껴지기도 했다. 바닥이 미끄러워서 아쿠아 슈즈를 가져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웠지만, 바닷물 안이 너무 깨끗해 본격 바다쪽으로 헤엄쳐 나간게 아닌데도 벌써 물고기 몇마리가 보여서 신기했다. 너무 추워진 우리는 짧은 수영을 마치고 선배드 위에 올라와 남은 햇살을 즐기며 잠깐 쉬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한줌 남은 햇살도 사라지자 다시 숙소로 올라가 샤워하기 전 돌핀투어를 물어보러 다이빙 샵에 방문했다. 앞에 나와 열심히 홍보하시고 계셨는데, 두시간 남짓 하고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생각과 달리 돌핀투어는 아침에 나가서 거의 서너시에 돌아오는 그야말로 돌핀투어에 올 인하는 스케줄이었다.
우리는 나름 오픈워터급이어도 프리다이빙 자격증도 같이 딸 만큼 수영과 물놀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내일이 지나고 모레가 되면 또 아침에 떠나야 하는데, 돌핀투어를 가게 되면 리조트를 다 누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우리는 그냥 내일 한낮에 다시 바다 수영을 하고 리조트 내에 있기로 결정했다.
슬렁슬렁 다시 계단을 어르고 20분 정도 걸어 객실에 돌아오자, 우리는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공식 허니문 스타일로 객실을 정리해주셨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리고 너저분하게 있었던 화장품도 일렬로 칼각으로 세워주신 게 와우 포인트였다.
샤워를 하고 다시 또 알프레도 식당에 가기는 아쉬워서, 옆에 있는 바 겸 식당인 골든 붓다에 갔다. 음, 술을 파는 바의 이름이 붓다라니, 부처님이 노하실 네이밍이다. 아무튼 대부분 팔찌를 보이면 모든게 무료인 이 곳에서 당연히 무료겠지 해서 작은 샴페인 보틀을 무심코 마셨는데, 알고보니 유료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한모금 마셨는데, 오 생각보다 맛있다.
저녁을 함께 곁들이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식당시간이 끝나고 몇시간 뒤 클럽으로 이 곳은 바뀌어서 식사메뉴 제공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샴페인을 들고 다시 알프레도에 갔다. 저녁이 되니 또 저녁 메뉴로 바뀌어 있어서 그래도 샴페인과 곁들여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또 객실로 바로 올라가기엔 너무 객실도 멀고, 시간도 너무 일러서 딱히 할일이 없던 우리는 옆에 시샤바에 갔다.
무적 팔찌만 있으면 모든 것이 무료인 이 곳이지만 시샤바는 유료다. 샴페인이 동나서 시샤바 옆 카페에서 무적팔찌를 보여주고 화이트 와인을 얻어왔다. 와, 역시 무료와 유료의 차이가 엄청 느껴지는 맛이다라고 킬킬 웃으며 시원한 와인을 한모금하고 시샤도 한모금 피웠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라솔 아래에서 샴페인과 와인, 시샤까지 피우니 꽤 취기가 올라왔는데 이번엔 건너편에 무대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이 리조트에는 사실 우리가 다 가보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곳곳에서 액티비티가 진행되는데, 그 피날레가 공연이었다. 주로 춤 공연이었는데, 중간중간 객석에서 손님들도 참여해서 즐겁게 춤을 췄다. 물론 우리 부부도 몸치인 몸을 이끌고 나가 흥겹게 춤을 추고, 바로 옆에 셔틀을 기다렸다가 객실로 돌아갔다.
코로나 때문에 허니문 여행을 해외로 못 간 나는 “뭐, 그래도 그 뒤로 여행지 여러 곳을 갔는데 그게 그거 아닌가?” 했는데, 아니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확실히 후루가다에 하루 제대로 있다보니 허니문 여행지는 그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거의 95% 이상이 현지인인 이 곳에서 대부분은 정말 누가봐도 갓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아직은 수줍은 눈빛들과 어색한 몸짓들이 자아내는 러브러브한 분위기가 다르다.
그리고 기혼인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신혼여행은 몇달간 힘들게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행사를 치뤄내고 오는 지라 모두 속박에서 풀려난 사람들처럼 눈빛이 아주 자애롭다. 여유와 행복함이 120%인 눈빛 그 자체이다.
대부분 눈이 마주치면 ‘너희도 잘 즐기고 있니? 참고로 우리는 방금 결혼했어~’하는 눈빛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곳의 템포 자체가 아주 느리게 흘러간다. 급하게 할 것도 없고 어딜가도 음식과 술은 공짜고 걱정이 있다가도 사라지니까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허니문 여행 얘기만 하면 다들 눈빛이 풀어지며 “아유~ 좋았지”하던 이유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이 좋은 곳을 내일 이후면 떠나야 하다니 너무 아쉽다.
하루만 더 있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