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집트 허니문 성지로 떠나다
후루가다로 가는 고버스 비용은 인당 600 EGP로 한화로는 1.8만원이었다. 그리고 짐을 넣는 비용도 받는데, 개당 10 EGP정도 였다. 고버스는 미리 한국에서 예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하며, 어플과 웹사이트가 있어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다. 오늘 새벽 4시반에 기상한 이래 계속 뽈뽈거리면서 투어를 소화하고, 36도 한낮에 걸어다니다 이제 후루가다로 5시간 버스를 탈 예정이다. 이 정도면 아주 며칠 푹 쉬어도 충분할 전제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너무 더위가 심했던 탓인지 오후 5시에 버스를 탔음에도 전혀 입맛이 없었다. 버스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조금 좁고 좌석 수가 아주 많은 것을 제외하면 한국 고속버스 일반 클래스와 비슷하다. 신기한 건 우리가 예약했던 좌석이 아닌 꽤 앞으로 당겨져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멀미도 덜 나고 좋았다. 긴 여정인만큼 마스크와 헤드폰, 목쿠션을 같이 들고 타서 꽤 안락하게 잘 수 있었다. 다만 뭔가 한국 버스 대비 창가석이 우풍이 들어서 창가석에 앉는다면 별도로 바람막이와 얇은 긴팔을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졸음이 밀려오는데도 바깥 풍경이 어찌나 푸릇하고 풍요로운지 최대한 눈을 부릅뜨고 기억에 담으며 잠에 들었다. 그렇게 달린지 2시간 반 정도 되었을 때, 휴게소에 도착했다. 지난번 아부심벨 가는 길의 휴게소 처럼 정말 허허벌판에 건물 혼자 외로이 서있다.
이쯤되니 해가 완전히 지고 서늘해서 그런지 저녁을 못먹은 허기가 몰려와 요거트와 음료 1개과자 2개를 샀는데, 와 독점인 건 알겠지만 그만큼에 만 이천원을 달라고 하더라. 흥정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여기에 다른 상점도 없고 배고픈 우리가 을이지. 속이 조금 쓰렸지만 별 수 없다. 기왕 산거 야무지게 먹어야지. 이집트 요거트는 이제 말해 무엇하랴 맛있었고, 대추야자 과자가 맛있어 보여 사봤는데 달달하니 맛있었다.
재밌었던 건 기사님이 긴 여행시간 동안 지루하지 말라는 듯 영화를 연거푸 2개를 틀어주셨는데, 분명 다른 영화였는데 줄거리가 비슷해서 웃겼다. 둘 다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액션 영화로, 첫번 째 영화는 과거 복싱챔피언 이었던 남자가 다시 재도전 하는 듯한 내용이었고, 두번 째 영화도 갱스터 영화였다. 이집트 영화는 마초남들을 좋아하는 걸까. 은근 재밌게 보는 승객들이 많은 것 같아서 신기했다.
사실 이쯤되니 조금 피곤도 가셨기도 하고 앞자리에 탄 탓에 아저씨가 울리는 미친듯한 경적소리와 속도에 잠이 오지 않아 미리 저장해 둔 웹툰을 봤다. 그 와중에도 계속 전화를 하셨는데, 졸음운전을 하시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 반, 이집트 기사님들은 다들 엄청난 외향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어느새 5시간이 흘러 밤 10시, 후루가다 고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후루가다는 이집트인들도 허니문으로 오는 휴양도시인만큼 리조트가 꽤 많이 포진해있는데, 우리는 알바트로스 시타델 리조트로 예약했다. 올 인클루시브인 것을 감안했을 때 가성비인만큼, 버스 터미널에서 꽤 떨어져 있었는데 오히려 장거리라 우버로 불러도 바로 잡혀 좋았다.
밤 늦게 도착했지만 모든 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져있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게 어리둥절했다. 직원은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했지만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며 팔찌를 채워주웠고, 이 팔찌만 보여주면 모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객실에 짐을 가져다 놓겠다는 직원의 말에 배가 고팠던 우리는 체크인 카운터 옆 Culina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본 뒤 밥을 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이때 시간이 거의 11시였는데도 뷔페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고, 술도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니 이 곳이 천국인가.
배를 채우고 이동은 정기적으로 리조트 내를 순환하는 카트를 통해 객실로 이동했는데, 아무래도 저렴하게 예약한 편인 만큼 우리의 객실은 꽤 멀리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떠랴 배도 부르고 이제 씻고 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허니문 리조트 탐험은 내일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