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룩소르)

3. 룩소르 신전, 그리고 시내 둘러보기

by 겨울빛


다시 시내가 있는 동안으로 돌아왔다. 체력도 간당간당하고 이쯤되니 벌써 점심시간이라 허기도 졌다. 이집트 유적지의 티켓은 카드만 받는데 하트셉수트의 장제전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일부 카드는 오류가 나서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런 고로 가급적이면 비자카드와 마스터 카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오히려 시간이 잠깐 생겨 미리 들어가 그늘 아래에서 다른 일행들과 쭈그려 앉아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어 좋았다. 36도 더위에 이때 즈음 벌써 만보가 훌쩍 넘어가 있었다.

마치 게임 배경같은 길

룩소르 신전 역시 람세스 2세에 의해 건설되었다. 람세스 2세는 정말 유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룩소르 신전 앞에 있는 오벨리스크는 양 쪽에 두개 있었는데 이 중 하나는 강탈당하지 않고 무려 선물을 이집트가 프랑스에 줬고 현재 파리 콩코드 광장에 있다.


프랑스는 그 보답으로 시계탑을 줬는데, 지금도 고장나있고 시계가 고쳐도 자주 고장나 아무래도 사기당한 것 같다고 가이드님이 뼈있는 농담을 던지셨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는 스핑크스가 쭉 늘어서 있는데, 그 길을 쭉 따라가면 카르낙 신전이 나온다고 한다.

(왼쪽부터) 프랑스에게 선물 주고 한개 남은 오벨리스크 / 스핑크스가 늘어선 로드

아직도 발굴 및 복원 중인 이곳은 람세스 2세가 통치 중 이뤄냈던 업적을 벽화와 기둥에 그려냈다. 상 이집트 상징인 연꽃과 하 이집트 상징인 파피루스가 서로 같이 묶인 것을 벽화에서 볼 수 있다. 또한 기둥도 독특한데, 파피루스 모양을 하고 있어서 아름답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꽤 잘 나오는 것도 포인트. 파피루스 기둥 중 밋밋한 부분은 아직 복원 중이라고 한다.


태양이 이글대고 있어 지쳐버린 남편은 그늘에서 쉬라고 하고, 나는 안으로 쭉 들어갔다. 유적 깊숙한 안 쪽에는 손때탄 앙크 벽화가 있는데, 이 곳에 손을 대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여 사람들이 만진다고 해서 나도 가서 사진을 남겨보았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단연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풍요의 신도 있는데, 그 곳을 만지면 임신이 된다고 하여 까맣게 변해 있었다...

(왼쪽부터) 파피루스 기둥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 아니 부활의 아이콘 쇠똥구리님 아니십니까
(왼쪽부터)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에 냉큼 찾아서 만지고 온 앙크 / 어느덧 까맣게 변해 버린 그의 소중하고 영험한 곳..

사실 이쯤되니 모두가 기진맥진해서 가이드님도 설명을 빠르고 간결하게 하셨고,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줬음에도 다들 쉬는 분위기였다. 카르낙 신전을 못 가는 것은 아쉽지만, 미리 말씀드린대로 여기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따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맛보다도 일단 더위를 피해 빨리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앞에 나일강이 펼쳐져 있어 분위기는 아름다웠지만 음식이 나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타히니, 피타 브레드, 페타치즈를 곁들인 그릭샐러드, 그릴드 치킨 타진을 시켰다. 맛은 다 괜찮았지만 나오는 데 40분이라니, 안그래도 룩소르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 초조했다. 게다가 주인분이 구글리뷰를 쓰도록 반 강요를 해서 구글 평점만 보고 온 것이 처음으로 후회되었다. 입맛이 쓰긴 하지만 그래도 배부르게 밥을 먹었으니 되었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왼쪽부터) 힘을 내기 위해 레몬주스를 마셔보았다 / 푸짐하게 나온 한끼. 뭐, 음식은 죄가 없으니까 먹고 잊어야지

이집트에 와서 엄청나게 사고 싶은 기념품은 딱히 없었지만(엘칼릴리 시장에서도 빈손으로 나왔으니까), 꼭 사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면 룩소르에서 이름을 상형문자로 새긴 은반지였다. 이미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와서 엄청난 환대를 받은 샘하우스 룩소르(Sam House Luxor gold adn silver smith). 대문이 닫혀있어 살짝 당황했는데, 벨을 누르면 안에서 사장님이 나오신다.


룩소르가 은으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은반지를 잘 관리할 자신이 없었던 나는 혹시 백금으로 제작이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그건 안되고 누런 황금색으로만 제작이 가능하다고 하여 결국 은반지를 제작하기로 했다. 가격은 30달러이지만 그날 환율로 환산해 이집트 파운드도 받으셨다. 문제는 우리의 촉박한 시간이었는데 실랑이 끝에 2시간 반으로 네고를 했다. 가격은 정찰제여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꽤 맘에든다. 나는 목걸이, 남편은 팔찌로 맞췄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래도 커플템 하나는 같이 하고 싶어서 바로 옆집인 Venecia Sterling Silver에도 들렸다. 여기에서 나는 상형문자로 내 이름을 새긴 목걸이를(줄은 서비스로 주심) 15달러를 주고 맞췄고, 남편은 목걸이는 잘 안할 것같다고 하여 비슷한 디자인으로 했다. 여기서도 시간을 말하니 난색을 표해서 어찌저찌 이곳도 2시간 반으로 딜을 했다. 만드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아무튼 이렇게 주문제작을 맡겨놓고, 한낮의 36도의 열기를 이겨내며 걸어간 로투스 파피루스(Lotus Papyrus). 이 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파피루스 위에 직접 이름을 상형문자로 그림을 그려주시는 특별한 책갈피를 만날 수 있다. 개당 5.5달러로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직접 그려주시는 품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생각된다. 주문이 많이 밀려있으면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지만 우린 운이 좋아 앉아서 기다리면 바로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왼쪽부터) 로투스 파피루스 외관 1 / 외관 2/ 다소 와일드한 할아버지의 작품 보관방식

사실 책갈피를 많이들 사러 오지만 더 특별한 것은 직접 파피루스에 그리신 그림들인데, 잘 부서지는 파피루스의 연약함 대비 할아버지의 보관방식이 다소 와일드해서 부서진 작품들을 보며 마음이 조금 아팠다. 청소를 잘하는 남편은 대신 청소해 주고 싶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작품을 사고 싶다고 말하자 할아버지가 굉장히 신나게 설명을 하시며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의 차이도 설명해 주시고, 자신이 그린 그림과 스승이 그린 그림도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 중 두 작품을 사왔는데, 안방의 따듯한 분위기 조성에 톡톡히 일조하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책갈피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매우 화가 나서 계속 누군가와 전화를 하셨다. 아랍어는 몰라도 뉘앙스가 답답해서 화를 내시는 것 같았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그렇게 화를 내나 했더니 알고보니 아들하고 통화하고 계셨다고 한다.


어찌나 혼내시는지 추석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나중에 외려 우리한테 시끄럽게 통화해서 미안하다고 그러셨는데 아드님께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가족이란 어디에서나 비슷한 모양이다.

유적뷰 맥도날드!

그렇게 다 완성된 책갈피를 손에 쥐고 아직 반지와 목걸이를 찾기까지 시간이 남아 목이라도 축이러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그렇다. 무려 맥도날드가 있다!! 사실 나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간절했는데, 원두가 다 떨어진 걸까. 커피를 팔지 않았다. 아쉬운대로 콜라를 시켜 2층으로 올라갔는데, 뷰가 정말 엄청나다.

룩소르 신전뷰 맥도날드라니. 전세계 통틀어 이렇게 가까운 데 파노라마 유적뷰 맥도날드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화장실이 예민하신 분들이라면 꼭 이 곳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호텔 제외 밖에서 갔던 화장실 중에 손꼽을 정도로 청결한 화장실이었다. 깨끗한 화장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목을 긁고 내려가는 콜라 한모금. 어쩌면 한국에서 너무나 당연했을 것들이 이렇게나 소중하다.

(왼쪽부터) 택시를 기다리며 만난 귀여운 고양이 / 오늘도 핫한 룩소르...덥다.....

반지와 목걸이를 찾고 다행히 우버를 잡을 수 있어 택시를 타고 고버스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집트에서 처음 타보는 버스다.


이 버스를 타고 이제 우리는 후루가다에서 신나게 휴양할 예정이다. 레츠고 후루가다!


작가의 이전글6일차(룩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