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룩소르)

2. 이집트를 호령했던 여왕 하트셉수트부터 하부신전까지

by 겨울빛


이글이글 조금씩 타오르는 태양을 뒤로 하고 15분 남짓 봉고차를 타고 달리자,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에 도착했다.

이 쨍한 사진을 보면 그날의 더위가 생각난다


입장료는 440 EGP였다. 아부심벨 신전부터 느꼈지만, 정말 이집트의 건축물을 보고 있으면 고대에 지어졌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하고 섬세하다. 멀리에서부터 걸어가다보면 기둥들이 들어선 건물이 압도한다고 느껴진다.


기둥들의 모습을 보면 이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린다. 분명 눈매와 입을 보면 여성인 것 같은데 긴 수염이 있어서 남자같기도 하다. 하트셉수트 여왕은 이집트 최초의 여왕인만큼 여성이 왕위에 오르는 것이 반대가 있었기 때문에, 남장을 하고 태양의 신 아문의 딸이라고 공표하는 등 자신의 정당성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왼쪽부터) 전반적으로 훼손이 많이된 상태이지만 특히 얼굴이 많이 훼손됨 /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지성 가이드님

처음 왕위에 올랐을 때는 섭정으로 올랐으나, 통치는 순조로워 국가 내부의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왕위에 오르고 20년 후에 투트모트 3세의 반란에 의해 왕위에서 내려가게 되는데,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하트셉수트 여왕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녀의 신성과 치적을 묘사한 벽화나 그림에서 그 흔적을 지워냈다고 한다.


때문에 내부 벽화를 보면 특히 얼굴 부분이 손상된 것을 볼 수 있어 안타까웠다. 그나마 남아있는 벽화들 사이에서는 하트셉수트의 신성을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정말 자비가 없던 태양 / 나름 이집트 벽화 포즈처럼 찍어보기 / 오아시스 같았던 카페

다 보고 나오니 시간은 고작 오전 10시인데 정말 햇볕이 어찌나 강렬하게 내려 꽂는지(이건 햇볕을 쬔다고 표현할 그것이 아니었다) 온도는 벌써 34도에 육박했다. 선글라스를 벗을 엄두가 안났던 것은 물론 양산을 깜박한 것이 너무 후회될 만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룩소르 투어에서는 반드시, 물을 수시로 마셔줘야 한다. 입구로 가는 길에 카페가 있었는데 시원한 음료를 들이키자 생명수처럼 느껴졌다. 화장실도 가고, 시원한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집합 시간까지 기다렸다.

시원한 차를 타고 하부신전으로 가는 길

그렇게 차를 타고 20분 남짓 달려 이번엔 하부신전으로 향했다. 이집트 사진을 미리 인스타그램에서 봤을 때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외에 인상깊었던 것이 하부신전들의 어마어마하게 큰 기둥들과 찍은 사진이었어서 기대가 되었다. 입장료는 220 EGP 였다.


이곳은 람세스 3세가 자신의 장례와 제사를 위해 지은 장제전이다. 특히 이곳의 기둥들과 벽화들이 깊게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범람으로 유적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과 동시에 새로운 왕이 즉위해서 이전 왕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인상깊었던 것은 람세스 3세가 전쟁에서 적군의 수를 세는 방식이었는데, 전쟁 후 산 자는 손을 잘라서 죽은 자는 성기를 잘라서 그 수를 셌다고 하고 그것이 벽화에 남겨져 있었다.


(왼쪽부터) 포로들을 세는 방식이 산 자는 손 / 죽은 자는 거시기
깊게 파놓은 상형문자들

3천년 전 건축물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색감과 벽화가 잘 남아있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사람이 다른 유적지 대비 적어서 멋진 사진을 찍기에 좋다. 지금까지 멋진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쉬웠다면 하부신전에서 한 장 남길 것을 강력 추천한다.

(왼쪽부터) 지성 가이드님이 남겨주신 사진 / 하부신전은 사진 맛집이다

하부신전까지 보고 나니 사람들은 모두 햇볕에 반쯤 익어서 기진맥진해 있었다. 또 봉고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려 멤논의 거상 포인트에 도착했다. 설명을 듣긴 들었지만 너무 훼손도 많이 되어 있고 거상 두개가 덜렁 있는 게 다여서 사진만 찰칵 찍고 봉고차로 얼른 들어와 열기를 식혔다. 햇볕 알레르기가 올라오지 않는 것이 감사할 정도로 정말, 끔찍한 햇볕이었다.


오죽하면 양산을 쓰는 것이 창피한 일이고 게다가 남자가 쓰는 것은 더욱 그렇다고 말해주셨던 가이드님 마저 살기 위해 양산을 쓰셨을까. 봉고차 안의 에어컨 바람 한줌이 천국의 바람 같았다. 평소 물을 잘 안마시는 편인데도 이날 만큼은 아주 쭉쭉 들어갔다.

(왼쪽부터) 결국 양산을 쓰신 가이드님 / 이번에도 드러누운 강아지. 거 옆에 자리 좀 있음 저도 누웁시다..
사진은 정말 멋있는 멤논의 거상..하지만 너무 더웠다

더위와 싸우다 보니 벌써 서안의 마지막 관람 포인트인 멤논의 거상이다. 이제 우리는 차로 약 40분 떨어진 동안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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