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룩소르)

1. 왕과 왕비들이 잠들어 있는 왕가의 계곡

by 겨울빛
미리 호텔에 요청한 아침 도시락

새벽 4시 겨우겨우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4시간 남짓 잤을까, 이번 여행 중 가장 강행군일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름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 호텔도 꽤 좋은 호텔이었는데 밤 10시에 들어와 새벽 5시에 나가기에는 참 아까웠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저렴한 호텔로 갈 걸 그랬나 살짝 후회될 정도였다.


아무튼 주섬주섬 짐을 싸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1층에 내려가 체크아웃을 하고, 조식 대신 아침 도시락을 받았다. 거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알찬 도시락이었다. 남은 시간 10분, 너무 이른 아침이라 잘 음식이 넘어가진 않았지만 부랴부랴 달걀과 요거트를 입에 넣고, 빵에다 치즈와 햄을 껴서 먹었다. 주스와 과일은 혹시 배고플지도 모르니 가방안에 넣었다.


이번 룩소르 투어는 지성투어로 한국에서 카카오톡으로 신청해 놓았다. 유적이 많은 곳 답게 투어가 많았는데, 차분하게 설명을 자세히 해주신다는 것이 가장 강점인 투어라 지성투어로 선택했다. 비용은 1인당 55달러로, 유적지 입장료와 기사팁은 불포함이다.

아직 해도 뜨기 전인데 투어가 시작되었다

유적들이 그늘이 거의 없고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일찍 투어가 시작되고, 왕가의 계곡,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하부신전, 멤논거상이 있는 서안을 지나 동안으로 넘어와 룩소르 신전과 카르낙 신전까지 모두 클리어 하는 코스다. 룩소르는 오늘 하루만 있는 우리는 둘러볼 시간이 부족해 룩소르 신전까지만 함께하고 점심식사와 카르낙 신전은 빠지겠다고 미리 말해놓았다.

왕가의 계곡으로 이동하자 벌써 살짝 하늘은 밝아졌고 달이 휘영청 떠있다


새벽 5시반에 일어나 본적이 언젠지 모르겠다. 아직 동트기 전이라 이집트에 와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어루만졌다. 한국이었으면 꽤 쌀쌀했을 시간임에도 룩소르의 새벽 바람은 딱 기분 좋은 선선함이었다. 그렇게 몇 개 호텔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달린지 몇분, 드디어 왕가의 계곡에 도착했다. 아직 남색 하늘인 새벽, 겹겹이 쌓인 황토색 장벽들 사이로 고고히 떠있는 선명한 달이 분위기로 압도하는 풍경이었다.


카드 결제기 오류로 시간이 조금 걸리는 동안 매표소 안에 있는 액자들을 구경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일본어가 신기했다. 알고보니 일본이 왕가의 계곡 발굴에 지원을 해 일본어 설명도 함께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야한다면 여기서 가는 것이 좋다. 왕가의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화장실을 갈 곳이 마땅히 없었다. 입장료는 750 파운드였고, 투탕카멘 무덤이나 세티 1세 무덤 등은 별도 입장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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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왕가의 계곡 조감도 / 미이라에 대한 설명이 영어, 일본어, 아랍어로 써있다

입장권을 발권하고 나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는데(편도 20파운드), 그 사이 벌써 해가 나서 짙은 남색이었던 하늘이 어느새 푸른 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카이로에서 봤던 그 유명한 투탕카멘도 이 곳에서 발굴한 것으로,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 것을 본 이집트 사람들은 서쪽이 죽은 자의 땅으로 여겨 나일강을 기준으로 서쪽인 이 곳에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굳이 계곡에 무덤을 만든 이유는 고대 왕국 때는 피라미드로 무덤을 만들었더니 하도 도굴을 당해서 이들을 피해 비밀 묘역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신 아누비스는 자칼(개)의 모습을 형상화 하고 있는데, 이는 시신이 노출되어 자칼이 심장을 먹으면 다시 부활이 불가능해 진짜 죽는 것이라는 이집트인들의 믿음이 반영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죽은 자를 잘 봉인하고, 부장품도 함께 묻어 화려하게 부활까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집트인들의 장례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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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하늘이 밝아지고 해가 뜨고 있는 왕가의 계곡의 모습

도굴을 막기 위해 공사가 끝난 후 인부들을 살해해 입구를 영원히 비밀로 부치려는 엄청난 노력에도 결국 이 곳의 거의 모든 무덤은 도굴당했고, 위치 상 겹쳐져 있어 숨겨져 있었던 투탕카멘의 무덤 딱 한 개 빼고는 도굴꾼에게 모두 털려버렸다.


왕가의 계곡에는 수많은 왕, 왕비를 포함한 왕가 사람들이 묻혀있는데, 그 중에서 관람이 허용된 무덤들 중 람세스 3세, 4세 그리고 람세스 9세의 무덤을 구경했다. 천장에는 별자리가 수놓아있고, 특히 람세스 3세 무덤은 보존이 너무 잘되어 있어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이집트 벽화들 중 색감이 가장 생생하게 남아있어서 정신없이 두리번 거리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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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듣던 중에 재미있었던 것은 좋은 뱀과 나쁜 뱀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들어가서 보니 어떤 뱀들은 벽화 속에서 쫒거나, 활을 쏘기도 하는 반면 어떤 뱀은 사자를 인도하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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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막고 있거나, 화살로 맞고 있는 친구들은 나쁜 뱀들이다

그리고 긴장을 놓지 마시라. 안에 들어가면 보존을 위해 펜스를 쳐놓은 구간이 있는데, 그 앞에서 직원이 지키고 서 있다. 그리고 직원이 안에 못보니까 자기가 들어가서 사진 찍어주겠다고 권한다. 그리고 이쯤 되면 모두들 알겠지만 팁을 요구한다. 1달러를 요구하는데, 안이 정~말 정말 궁금하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가치를 하는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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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사진이 쨍한만큼 더운 것이다 / 널브러져 있는 개, 나도 저 옆에 눕고싶었다

아무튼 간에 무덤 내부는 꽤 더웠는데, 나와보니 그새 해가 올라와서 개들이 시원한 땅에 누워있었다.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아서 살짝 허기져 아까 호텔에서 가져온 쥬스와 과일을 먹었다.


다음 코스는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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