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룩소르)

3. 험난한 입성기

by 겨울빛


오늘 도대체 탈 것을 얼마나 타는 것인가. 아무리 컨디션이 좋은 택시라도 왕복 6시간에, 너덜 거리는 기차까지 3시간 반을 탔으니 몸이 정말 무거웠다. 내릴 때가 되니 이제 호텔가서 씻고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일 일만 남았다는 사실에 두근댈 지경이었다.


게다가 조금 뿌듯한 것은 팁 강매를 내릴땐 안당했다는 것이다. 사실 돈보다도 진짜 강탈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괘씸했다. 그래서 내리기 전 잽싸게 캐리어를 내려 못 뺏어가게 사수했다. 눈빛이 마주치자 ' 아 저거 내건데'하는 눈빛. 진짜 이번에 또 뺏어가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얼굴로 눈을 부라리자 쳇 하며 그들은 사라졌다. 아 룩소르 입성하기 쉽지 않다, 고 이때 생각했지만 이것은 서막이었다.


차마 그들을 찍지 못했으나 저 펜스 뒤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었다

룩소르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같은 곳이다. 유적이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는 도시인데, 그말인 즉슨 관광객도 많이 오고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이집트어로 택시 흥정꾼도 장난이 아닌 곳이라는 뜻이다. 아스완에서 기차역에 나가자 마자 있었던 택시 흥정꾼은 기차역을 채 나가기도 전에 펜스 뒤에 포진되어 있었다.


정말...약간 하이에나에게 물려가기 전의 가젤들이 된 느낌이었다. 우리가 어리둥절해서 도대체 택시를 어디서 타야하는 지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군인 한 분이 와서 호텔 어디에 묵는지 물어보고 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여줬다. 정말 몸이 너무 피곤했는데 흔쾌히 옆에 의자도 한자리 앉아서 찾으라고 양보해주셨다.


다소 뜬금없지만 나는 배우 공유를 오래전부터 정말 좋아해왔다. 이집트에도 공유씨가 있다면 흰 제복을 입은 군인 경찰분들이다. 이 분들만 있다면 택시 흥정꾼들이 우리 근처에도 못온다. 세상에 콧수염이 이렇게 잘생겨 보이실 수가 없다(왜인지 대부분 콧수염이 있으시더라). 하지만 이 와중에도 흥정꾼들은 "야, 여기 우버 안잡혀!", "내가 싸게 가줄게!"를 매우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도 사실이었던 것이, 우버가 한참만에 잡혀서 이제 드디어 가겠다!했는데 갑자기 기사가 전화가 오더니 5배 넘게 불렀다. 믿었던 우버마저 우리를 저버린 것이다. 카이로가 아닌 지방은 우버가 아닌 인드라이브를 써야 한다는 글을 봤는데 진짜였던 것이다. 인드라이브는 흥정을 해야 해서 가급적이면 우버를 썼지만 별 선택지가 없어서 인드라이브를 켰다.

절망의 룩소르역. 지나가는 아이들이 인사했는데 너무 귀여워서 잠깐 힐링했다....


인드라이브도 정말 잘 안 잡혔는데, 문제는 캔슬도 많이 당했다. 분명 기다리라는 곳에 서있었는데 첫번째는 못찾겠다면서 취소하고 가버렸다. 두번째는 잡더니 역시 전화가 왔다. 그리고 이번엔 10배를 부르는 것이다. 아, 돈보다도 진짜 너무 도둑놈 심보 아닌가. 이번엔 내가 거절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첫번째 처럼 차가 정차하기 어렵다고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이번엔 밑저야 본전이지, 하면서 도로를 겨우겨우 건너 반대편으로 가서 불렀다. 그랬더니 아까 잡혔던 10배남이 또 전화와서 내가 거절했다.


이쯤되니 정말 길바닥에 앉아 조금 울고 싶었다. 흥정꾼들의 비아냥거림 속에 벌써 3~40분이 넘게 흘러 있었고, 저녁을 못먹어서 배도 고팠으며 이제 그냥 돈이 비싸도 가자는 마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조금 멀리서 잡혔지만 적당한 가격에 택시가 잡혔다.


마침 또 현대 소나타차다. 난 소나타가 인생에서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없다. 위치를 설정은 해두었지만 워낙 호텔들이 많은데다, 독일계 호텔이라 이름도 길어서 기사님이 헷갈려하셨다(Steigenberger Nile Palace..사실 나도 헷갈린다). 그래서 혹시 몰라 미리 구글맵에서 캡쳐한 아랍어 주소를 보여드리니 고개를 끄덕 하고 가주셨다.


아, 룩소르 진짜 쉽지 않다. 체크인하고 이른 체크아웃으로 조식은 도시락으로 신청한 뒤 객실에 들어오니 시간은 저녁 10시 반이 되어 있었다. 기차시간 때문에 간식으로만 떼웠으므로 시간은 늦었지만 컵라면과 김치찌개 라밥을 처음 뜯어서 개시했는데 고생해서 그런지 눈물나게 맛있었다.


내일 기상시간은 4시, 5시 반 부터는 투어가 시작된다. 힘들게 시작했지만 우리가 보고 싶었던 유적들이 많이 있는 곳인만큼 또 기대감도 살짝 품은 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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