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후루가다-카이로)

1. 메리어트 메나 하우스

by 겨울빛


아침 8시반,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여니 오늘은 바람도 안불고 해가 쨍쨍해서 더욱 떠나기 싫었던 후루가다. 후루가다를 뒤로 하고 이제 카이로로 떠날 시간이다. 하지만 후루가다도 우리를 놓기 싫었던 모양이다.


우리 리조트가 워낙 안쪽에 있어서 택시를 잡기가 쉽지 않았던 데다, 그동안 멀쩡했던 배가 갑자기 설사 증상을 보여 곤혹스러웠다. 하, 게다가 택시를 타자마자 어찌나 또 돈을 뜯어내려고 시도하는지.


자꾸 티켓가격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는데 물론 공항에 들어갈 때 티켓을 끊긴 하지만 지피티에게 물어봤을 때 부른 가격의 1/5이더만. 하지만 이제 우리도 이제 경험치가 쌓여서 여기에 대응하지 않는다. 사기에는 사기로 대응하는 법. 웃으면서 준다고 하고 내릴 때 그때 네고하면 된다. 괄약근 부터 택시까지 협조적이지 않은 아침이다.


게다가 이놈의 아저씨가 진짜 우리 국내선에 내려달라고 했는데, 누가봐도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국제선에 내려줬다. 진짜 차로 3분 정도 밖에 안되는 거리였는데 돈 받고나니까 "내가 왜? 걸어가~" 시전하다가, 아 빛나는 흰색 제복의 이집트 공유씨가 등장했다.


공항 경찰이셨던것 같은데 "도메스틱?(국내선?)"하셔서 "예스!"하니까, 택시 기사를 아랍어로 매우 호통치며 혼내고 깨갱한 아저씨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국내선으로 데려다 줬다. 증맬....아저씨! 거 그렇게 살지 마슈!

뒷쪽에 작은 카페가 있는 후루가다 공항 라운지의 모습

후루가다 공항은 시내에서 매우 가까웠지만, 생각보다 수속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특이하게 짐 검사를 카운터 수속 전에 한번 더 하는데, 여기에서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그리고 안에는 면세점 같은 공간은 없어도 작은 라운지가 있고 커피와 샌드위치 등을 파니,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짐을 부치고 나서 검색대를 지나고 나서야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약을 먹고 살짝 안정된 배로 샌드위치를 조금씩 먹고 있는데,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 우리 비행기 시간이 오전 10:30분인데, 보통 그보다 더 이른 시간에 탑승이 마감되고 보딩 콜을 부르는데 정말 조용한 것이다.


10:27분이 되자 불안해진 남편이 직원을 찾아가자,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뭐 전광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라고 구두로만 말하자 불안했다(말 바꾸면 어떡하지). 그래서 줄에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우리와 같은 비행편이라서 안심이 되었다.


(왼쪽부터) 진짜 딱 한대 있어서 웃겼다 / 우리가 탄 이집트 에어 항공기의 모습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우리 보다 더 앞에 비행편도 연착이 되었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알게되었다. 아, 이것은 확실한 연착이구나 확신을 얻고 줄을 섰다. 그뒤로도 한참을 기다리고 방송 없이 불안 속에서 기다렸다. 모두들 서로서로 몇편을 타고 가는지 자꾸 물어보고, 직원에게도 사람들이 계속 물어보는 것을 보면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재밌었던 기내방송. 이집트 항공사 답게 안내방송도 상형문자를 살려서 방송하는 것이 재밌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 드디어 우리 항공편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환호하며 탑승하러 갔다. 참고로 우리 비행기는 뭐 물어볼 필요도 없었는데 작은 공항이라 앞에 딱 서있었다. 음, 전용기를 타면 이런 느낌이려나. 재밌어서 사진도 찍어놓았다.


그렇게 한시간 반 정도 비행하고 수속하고 나오니 어느새 1시 30분이 훌쩍 넘어있었다. 처음에 그렇게 카오스와 같았던 카이로 공항에 이렇게 두번째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 왔을땐 프로처럼 택시를 탈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나왔는데, 아, 또 국내선은 또 녹록치 않았다.


우버가 바로 잡혔을 때 안심한 것도 찰나, 자꾸 택시기사가 여기에 정차할 수 없다고 다른 곳으로 오라고 안내하는 것이다. 아마 처음에 카이로에 왔으면 그대로 아저씨 말을 따라 갔을 텐데, 문제는 우리가 룩소르를 거치며 흑화한 상태라 '아 또 이것은 돈을 뜯기위한 사기구나!'라고 생각해서 끊은 것이다. 사실 이 분이 가장 정직한 분이었고, 그 뒤로 우리에게 붙은 수많은 택시 흥정꾼들이 사기꾼들이었다는 사실은 불과 몇 분 후 알게 되었다.

몇 번을 와도 새로운 카이로 공항 택시잡기

심지어 그 중에는 자신이 공항직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서,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헤매고 있을때 보이는 흰색 제복! 반가운 마음으로 물어보니 진짜 일반 택시는 길을 건너서 계단을 내려가서 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택시 포인트에서 잡으니 진짜 한번에 잡혔다. 아, 이집트, 누굴 믿어야 하는가 쉽지 않다.


그렇게 힘들게 택시를 잡고, 정문 게이트에서도 한참을 들어와 우리의 마지막 숙소 메리어트 메나하우스 카이로에 도착했다.

우리를 맞아준 멋진 조경의 메리어트 메나하우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객실에서 조경과 함께 피라미드가 보이는 데에 있다. 숙박료는 아스완 소피텔 이후로 두번 째로 비쌌는데, 이 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회될만큼 멋있었다. 눈을 뜨면 바로 옆에 피라미드가 보이는 게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왼쪽부터) 1869년부터 운영되어진 메나 하우스 / 그 역사에 걸맞게 곳곳에 액자들이 많다

점심을 아직 먹지 못해 코샤리와 피타브레드,커리 3종, 콜라 1잔과 바닐라 아이스라떼를 시켰다. 전부 했을 때 한화로 3만 5,000원이었는데 룸서비스 치고는 가격도 맛도 훌륭했다.

(왼쪽부터) 샤워하고 피라미드를 감상하는 남편 / 룸서비스를 시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침대에 누워서 고개를 돌리면 푸릇한 나무들 너머 피라미드가 보인다

늦은 점심을 피라미드를 보며 야무지게 해치운 뒤, 이 곳의 수영장이 어떤지 구경하러 슬렁슬렁 걸어갔다. 1869년 지어진 건물이어서 그런지 구조가 헷갈려서 잠깐 헤맸다. 시간이 곧있으면 다섯시로 해가 지고 있어서 그런지 역시 수온은 수영하기에는 차가웠지만 오늘이 아니면 내일은 시간이 없어서 빠르게 몇바퀴만 돌고 선배드에 누워서 남은 햇살이라도 누리면서 숨을 돌렸다.


참고로 이 숙소의 마사지는 평이 아주 좋은 편인데, 그만큼 인기가 좋아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우리는 대기 명부에 올려달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안타깝게도 연락이 오지 않아서 패스해야 했다.

수영장의 모습


내일이면 이집트를 떠나는 우리.

떠나기 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집트에서의 쇼핑을 하기 위해 부촌으로 알려진 자말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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