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녕, 이집트
그렇게 대박물관을 떠나 피라미드가 마지막으로 지나가는데, 이집트에 와서 투어로도 보고 호화스럽게 객실에서도 보고 박물관에서도 봤건만 피라미드는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다. 내가 이 얘기를 했더니 아유브는 한 술 더 떠 자기는 태어난 이후 30년 넘게 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경이롭다고 그랬다. 마성의 건축물이란 이런 걸까.
투어에는 점심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타진이나, 코샤리 처럼 좀 더 제대로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공항에 어느정도 일찍 도착해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간소하게 먹기로 했다. 아유브는 우리 상황을 듣더니 케밥집으로 데려갔다.
1층에서는 직원들이 거대한 돌아가는 고깃덩이를 열심히 썰고있었고, 2층에서 우리는 밥을 먹었다. 아마 이집트인들의 패스트푸드 가게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짜 로컬들만 있어서 우리를 흘긋흘긋 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보기에는 뭐가 없어보이지만 갓 만든 케밥에 살짝 새콤한 소스를 가미한 갈릭마요를 찍어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케밥을 뒤로 하고 이제 진짜 이집트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예정에 없었을텐데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혹시 가능하냐는 말에 흔쾌히 예스를 외친 아유브(당연히 택시비는 지불했고, 20달러였다). 갓 태어난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 그는 우리와 비슷한 30대였다. "너무 좋지, 너무 좋은데~어우 난 하나만 생각했는데 둘이나 나올 줄은 몰랐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아빠의 고됨이 느껴졌다.
그리고 차에 걸려진 안전운행 장식물을 보고 살짝 유추했었는데, 그는 이슬람교가 아닌 콥트교회를 신앙으로 믿고 있었다. 콥트교는 상당히 박해도 많이 받았고, 카이로에서 꼭 봐야할 곳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우리가 시타델도, 모스크도, 콥트교회도 못봤다고 하니 정말 아쉬워했다. 다음에 오면 가이드 해줄 수 있어? 하니 흔쾌히 당연하지!라고 대답하는 아유브. 진짜 오늘 투어는 설명이 너무 알차서, 다른 곳도 이에 못지 않게 알찰 것 같다.
그렇게 스몰토크를 이어가다가, 여행을 좋아하는지 또 어디 가봤는지, 어디를 꼭 가보면 좋겠냐고 추천하는지 물어봐서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신나게 대답했다. 아유브도 여행을 좋아해서 이집트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집트는 비자 문제로 해외를 나가는 것이 어려워서 해외여행은 많이 못해봐서 아쉽다고 그는 말했다. 아마도 높은 인구와 불법체류에 대한 염려로 입국에 대한 허들이 높은 모양이었다.
내부가 깨끗하고 에어컨이 나오는 택시, 무료인 화장실, 미세먼지가 많다고 해도 여전히 연중 청명한 축인 공기, 틀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 그리고 여권만 내면 거의 대부분 걱정없이 나갈 수 있는 해외여행. 피라미드를 보러왔지만 이집트에 와서 내가 더 크게 느낀 것은 무심코 숨쉬는 듯 당연하다는 듯이 누려왔던 것들이 사실 전혀 당연한 것이 없고 감사히 누려야 한다는 것을 크게 깨닫고 가는 것 같다.
심각하지 않은 톤으로 가볍게 말한 아유브와 달리, 머리에 누군가 머리에 징을 친 것처럼 딩-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에게 치여서 힘들었던 이집트인 만큼 아유브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또 치유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아기가 건강히 자라기를, 또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고 건강하기를 빌어주었다.
그리고 아유브가 계속해서 공항에 조금이라도 일찍 가라고, 3시간도 안전하지 않다고 계속해서 재촉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공항 수속 코스는 후루가다에서처럼 1차 짐검색을 하고>짐을 부치고>다시 몸과 가벼운 짐수색하는 3단 코스였는데, 당연히 후루가다 공항보다 훨씬 크고 사람도 많아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다.
게다가 1차 짐검색할 때는 검색하는 기계가 고장나서 이러다 제대로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지 꽤 초조했다. 반드시, 반드시 일찍 가야하는 공항이다. 어차피 들어가고 나서 면세에서도 크지 않을 지언정 꽤 볼 거리들이 많으니 일찍가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면세점에 들어오면 두바이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있을 것들이 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맛있는 자국 와인을 거의 팔지 않아 아쉬웠다. 한 곳에서 그나마 세헤라자데를 팔고 있었는데, 가성비가 괜찮고 작은 사이즈의 와인도 팔고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하나 집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또 네페르타리도 당연히 밖보다야 가격이 비싸지만 메인 품목들은 팔고 있었고, 유명한 초콜릿 가게인 아부아프도 있으니 만약에 못 산 것들이 있다면 면세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아부아프에서는 요새 대열풍인 두바이 초콜릿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무설탕 버전(대체 감미료를 썼다)으로 팔고 있으니 남은 이집트 파운드가 있으면 털고 오는 용도로도 괜찮다.
그렇게 또다시 두바이를 거쳐(이번에는 비즈니스 매직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는 추억을 되새기는겸 '룩소르'라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떼웠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추천한다.
이집트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고 하면 이슬람교가 대부분인 국가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는 점인데, 공항버스를 타기 전 시간이 남아서 터미널 1 지하에 가서 삼겹살과 김치, 된장찌개를 먹었다.
햐, 이집트 음식도 진짜 잘 먹었지만 역시 한국인은 피에 김치와 쌀밥이 흘러야 하나보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저녁과 함께,
우리의 이집트 여행도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