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바람

by 글쓰고돈쓰고

추운지 더운지, 맑은지 흐린지 그래서 비 오는지 눈 오는지... 기상예보를 통해 알고 싶은 것들은 대략 이랬다. 모내기철의 농부나 소풍 가기 전날 아이들 정도가 날씨에 대한 기대로 간절했을 뿐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작렬하는 숨 막힘 속에서 아이돌처럼 떠오르는 스타가 있었으니 그대 이름은 바로, 바람이다.


바람 하면 흙먼지를 날리거나 여인네의 치맛자락을 날리거나 그래서 바람을 피웠다든가 아니면 바람을 맞았다든가 그러다 나이 들어 풍이 왔다든가, 이런저런 이유로 바람은 우리 일상에서 별로였다. 정작 부는 바람의 바람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남이 뭐라 하든 한겨울의 북풍으로 이른 봄 이동성 고기압의 춘풍으로 초여름 동쪽에서 불어오는 높새바람으로, 이 모두가 때가 되면 줄기차게 불어댔지만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이에 열받은 북태평양이 태풍까지 보내주었건만 알아주기는커녕 욕만 된통 먹었다.


세상사는 다 그렇다. 나중 것이 먼저 되거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거나 새콤달콤이 '단짠'에 밀리거나... 모래뿐인 나라에서 석유가 콸콸 나오는 건 이미 당연지사, 이젠 멀쩡한 암석까지 깨부셔 기름을 짜낼 줄이야. 셰일혁명으로 다시 한번 검은 액체가 활활 타올라 문명에 기름칠을 해대며 현대인의 생활에 윤기가 날 즈음, 어느샌가 세상은 잿빛이 돼버렸다. 아,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했나.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흥청망청 한 셈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수억 년이나 긴 세월 땅속 깊이 묻혀있던 탄소가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이백여 년,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공에 떠돌며 빙하도 녹이고 어디는 폭우에 어디는 가뭄에 지구를 괴롭히더니 급기야 우리 목구멍에까지 침투하였다.


"우리 그냥 묻혀있게 놔두세요!!!"


탄소는 외치지만 그저 태워야만 유지되는 문명 탓에 뿌였게 된 하늘이 우리마저 속 태우고 애태운다. 전기차? 수소혁명? 모두 다 빛 좋은 개살구. 이 또한 태워야만 얻을 수 있는 전기요 수소다. 다른 걸 태우는 원전은 멀리하고 궁극의 인공태양은 아직 멀리 있다. 이런저런 생각에 숨은 더 막히고 응급처방으로 오로지 바람을 바랄 뿐,


바람아 불어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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