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었던 날의 열정
그 해, 그 초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오던 날씨를 기억해.
숨 가쁜 일상 사이에서 딱 적당했던 3박 4일간의 휴가.
떠나기로 한 그 날 까지도 우리는 각자의 일정으로 바빴잖아.
결국 여행지의 예약된 에어비엔비,
그 곳에서야 비로소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날.
너는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할 거라고 했지만
3시간이나 앞서 그 문을 연 건 나였어.
너가 오기를 기다리며 발길 닿는 대로 근처를 걷다가,
방울 토마토 한 팩과 샌드위치 두 개를 골라 냉장고에 가지런히 올려 놓았어.
늦은 밤, 베이지 색 가죽 소파에 기대어 나란히 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잠봉뵈르를 오물오물 조금씩 뜯어 먹는거야.
그냥 혼자 생각해 봤는데 제법 그림이 괜찮았거든.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도 적당했어.
텅 비지도, 그렇다고 북적이지도 않은 거리.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 덕에
둘이 나란히 앉아있을 때-
이야깃거리가 괜히 하나라도 더 생길 것 같았거든.
초록 빛 나무들도 싱그럽게 흔들리고 있었고 말야.
우리 옆에서 은은하게 빛나던 노란 조명에 간신히 의지하며
그 순간만큼은 어느 때 보다 달콤했는데,
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난히 아쉬움 뿐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내가 너 안에 꽉 안겨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네가 나를 두 팔로 번쩍 들어 올리는 거야.
햇살이 창을 넘어 방 안으로 스며들던 아침 일곱 시.
나는 살며시 너를 한 번 찔러 보고는,
이내 아무것도 모른 척 눈을 감았지.
베시시 웃으며 잠에서 덜 깬 척도 해보다가,
그러다 그냥 슬쩍 일어나서 괜히 바지런한 척을 시작했지.
경쾌하고 그루비한 도입부가 흐르는 음악을 틀어놓고
화장실 문을 꽉 닫았어.
근데 그 플레이리스트, 사실 30분 넘게 고른거야.
드럼 소리랑 멜로디가 문 틈으로 딱 적당히 새어나와
네게 들렸으면 했거든.
너는 내 감각과 취향을 좋아했잖아.
샤워를 마치고 나서는 보라색의 커다란 타월을,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심하게 돌돌 말았지.
또 다른 날은 너는 책상에서 일하고 있었고,
노트북 너머의 나는 침대에 엎드려 영화를 보고 있었어.
그리고 그 때 네가 예쁘다고 했지.
사실 이미 생각하고 있었어.
네 시선이 닿는 각도에서
내가 어떻게 엎드려 있어야 가장 예뻐보일지.
언제나 섬세했지만 가끔은 거칠게 무너지기도 했던 나.
그런 내 모습에 네가 반했다는거 알고 있었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던 그 순간들
그 어떤 자연스럽던 모습 조차
사실 나는 전부 철저하게 계산된거였다.
근데 이 짓도 매 번 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냥 내가 되더라.
나는 아직도 여전히 그 수를 써.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근데 이전처럼 꾸밈 속에 진정성도, 간절했던 의지도, 들끓던 욕망도 없더라.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무의식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있는 내 자신을 관찰하니,
그 몹쓸 허무함과 무의미함에.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났던
그 시절의 열정이 사무치게 그리워져,
그래서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