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자 술집 불빛이 따뜻한 색으로 바뀌었다. 레트로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포차. 그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알루미늄 테이블과 의자들은 광이 나서 오래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한 모퉁이 자그마한 티비에서 뉴스가 흘러 나왔다.
[속보] 인기 밴드 보컬 B씨, 수십억대 사기 혐의로 구속.
“나 쟤 좋아했는데, 아쉽다. 잘생기고 음악도 잘하고. 그냥 천천히 더 벌면 되었을텐데. 뭐가 그리 급했대?”
“음악? 음악을 뭘 잘해.” 그가 코웃음 쳤다
“밴드인 척 하는건 진짜 밴드가 아니거든. 그리고 저 정도 규모면 사기가 확실한데 왜라니.”
왜 라는 물음에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빨라졌다.
“그래도… 그게 그렇게까지 심각해질 일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물론 죄값은 받아야겠지만, 사연이 있거나 그럴 수도 있잖아잠시 돈에 눈이 멀 수도 있고.”
“실수?”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내가 죄라도 지은 것처럼 눈치를 보고 있었다. 찰나,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애써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실수야? 공인의 위치에서 사람들에게 악영향 미치고, 본인의 인기를 이용해서 사람들 돈을 갈취한건데. 그냥 범죄자지.”
“알았어. 네 입장도 이해해. 근데 저 사람 인생을 우리는 알지도 못하잖아. 어떤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저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확신할 수 없다는거야.”
“아 그래? 저 범죄자새끼가 그렇게 좋으면 넌 확신하지 마. 나는 확실하니까.”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야, 그 말이 아니잖아. 네 입장도 이해는 가. 하지만 너무 일찍 단정 짓는 것이 아니냐는 거였어. 그렇게 열 낼 일은 아니잖아.”
나는 그를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이게 단정이라고?”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왜 그렇게 확신에 차 있는지 이해하려 했지만, 내게는 그 확신이 너무 강한 벽을 마주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네 말이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