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없이 냄비만 바라봤다. 뚜껑 틈 사이로 김이 새어 나왔다. 부글부글. 익어가는 소리. 국물 속에서 꽃게의 등껍질이 회색에서 주황빛으로 변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넌 정의롭지 않고,”
냄비 속 꽃게는 계속 붉어지고 있었다.
“나랑 바라보는 곳도 다르고.”
주황빛이 더 짙어졌다. 그의 손가락은 테이블을 규칙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말을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네가 좋아.”
그가 뚜껑을 열었다. 탕 속 꽃게는 완전히 붉어져 있었다. 그의 얼굴도 불빛 아래서 붉게 보였다. 고조된 감정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 한잔 해.”
잔을 기울이며 생각했다. 소주가 목을 넘어가며 뜨겁게 달구고, 액체가 지나간 자리는 텅 비어가는 느낌. 잔이 “주르륵” 비어가고 술병도 ”덜컹” 비어간다. 우리 사이도 언젠가는 이렇게 조용히 비워지겠지.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틀림이 없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 사랑과 판단사이 어디 쯤에서 우리는 어긋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