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상담을 찾게 된 것은
역시 또 이별이후였다.
이번엔 헤어짐의 이유 중 종교의 문제가 가장 컸다.
나는 종교가 없다.
무엇을 믿기 힘든 성정 때문에 아무리 노력했지만,
종교를 가질 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오래 만났던 남자친구는 굉장히 신실한 친구였다.
선교사 부모님 밑에서 자라 선교지에서 10년을 살다 왔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하나님을 먼저 찾는 그런 친구였다.
그 친구를 좋아했기에, 많이 노력했지만, 믿음은 내게 어려운 영역이었다.
뭐,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그 친구와는 헤어졌다.
종교의 영역은 믿음과 믿지 않음의 세계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다른 땅 위에 지어진 성과 같았다.
우리는 다른 풍경을 보며 같다고 지내왔었던 것 같다.
헤어지고 한참 뒤, 그를 붙잡았는데, 그가 말하길,
하나님께 기도해봐, 그럼 답을 주실거야.
네가 기도해서 내가 변할지도 모르지!
괴로운 사람에게 절대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은
우울증에 특효약 한 알을 먹는 것보다 더 갈급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대로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기도는 어떻게 하는 거지?
아무거도 모른 채로 그냥 시작했다.
하나님으로 시작해서, 아멘으로 끝내던 게 기도가 아니었나?
기독교 학교 4년 다닌 짬바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매일 쉬지 않고 기도를 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이 그는 그대로 떠났다.
괴로움 속에서 나는 기도를 그만 두고 상담센터를 찾았다.
신의 이름으로 안 된다면 사람으로라도 치료받고 싶었다.
정신과보다는 상담센터가 조금 덜 무서운 이름이었고,
그래서 가까운 상담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야, 그런 마음이 가득 있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이름이 낯익은 여자 선생님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