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감각 중 나는 어디가 제일 발달되었나.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시각 순이 아닐까 한다. 나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다. 대문을 여는 소리,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 거실에서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가 아주 크게 느껴진다.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소리 좀 줄이세요.”를 입에 달고 있다. 아이들이 늦게까지 들어오고 있지 않으면 자면서도 대문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달칵‘하는 소리가 들리면 안심하고 잠을 잔다.
임신을 하기 전까지는 냄새에 그렇게 예민한 줄 몰랐다. 임신을 하니 온갖 종류의 냄새가 나를 괴롭혔다. 좋은 냄새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맡으면 속이 울렁거렸다. 담배 냄새는 기본적으로 싫었고 남편이 목욕탕에 다녀오면 바르는 진한 화장품 냄새도 맡기가 힘들었다.
후각과 더불어 미각도 발달 되어 맛이 없는 것은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큰 애를 가졌을 때, 주로 냉면이나 국수를 먹으러 다녔다. 국수는 맛없는 집이 별로 없었지만 냉면은 달랐다. 비빔냉면을 좋아했는데 맛없는 집의 것은 한 젓가락 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맛이 없어도 아까워서 먹어야 하겠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우선 먹고 싶지 않았고 억지로 먹으면 바로 토하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촉각은 예민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과의 접촉을 좋아한다. 심심하면 아기를 안아주듯이 내 마음이 울적하면 남편을 안고 아이들을 안는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기댄다. 옆에 기댈 누군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 안심이 되고 편안해진다.
시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건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것을 좋하하지만 내가 아름다워지려고 노력을 한다거나 꾸미려고 하지는 않는 편이다. 외모에 시간을 들이기보다 다른 부분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쇼핑이나 옷 사는 걸 즐기지 않는다. 그런 나를 보고 패션 감각이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아름다워지기보다 이미 아름다운 대상을 보고 즐기는 게 더 행복하다. 잘생긴 배우들과 그들이 하는 멋진 역할로 인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