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곳들이 많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진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지금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집과 학교를 오가며 눈에 보이는 곳만 아는 정도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취직을 하여 떠났다. 서울은 낯선 듯 친숙한 곳이었다. 고모가 서울에 살고 있어서 방학이 되면 올라가서 놀았기 때문이었다. 서울엔 볼거리가 많았다. 직장에 다니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가까운 산에 올라가 보고, 궁에 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다시 내려왔다.
집으로 내려오니 진주가 내 손에 잡히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사는 곳에 대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는 남강이 흐른다. 강이 흐르는 곳을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걷거나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요즘은 파크골프장까지 만들어져 있다. 강변을 중심으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진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다.
이번에 듣게 된 문화기획자 과정 속에 진주를 둘러보는 기회가 생겼다. 세 곳을 둘러보았다.
원래 있었던 진주역은 현재 ‘철도문화공원’으로 바뀌었다. 역은 작은 박물관으로 개조되었고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큰 나무들이 많아서 쉬기엔 충분해 보였다.
유등전시관은 작년에 만들어졌다. 매년 열리는 유등축제에서 전시되는 유등을 매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접수되어 만들어졌다. 공모전을 통해 수상한 유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잘한 실로 조성된 둥근 원에 카메라로 찍으니 앞면에는 김시민 장군의 모습이 뒷면에는 논개의 모습이 보였다. 눈으로 보이지 않던 모습이 카메라에는 보였다. 눈과 카메라가 같은 역할이 아니구나 하면서 신기했다. 2층 규모의 전시관은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체험은 주로 어린이 대상이었다. 유등 만들기와 띄우기를 신청하면 해 볼 수 있다. 2층에 올라가면 망경동이 한눈에 보이면서 진주 시내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밤이 아니라서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나왔다.
차 없는 거리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대안동은 예전에는 인기가 많은 곳이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었다. 중앙시장을 마주 보고 있기에 더 그러했다. 지금은 썰렁한 느낌이었다. 대안동에 몰렸던 인기는 평거동으로 옮겨 갔다가 지금은 하대동이나 혁신으로 이동했다.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진주 중앙시장에서 가구거리 쪽으로 가니 ‘진맥 브루어리’가 있었다. 진주 토종 보리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맥주를 만들어 파는 곳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사업을 하게 되었으며 맥주를 개발하기 과정을 1시간가량 들었다. 1층은 바 식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고 2층은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며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가게 전체 색감은 붉은색이었다. 진맥의 이미지가 붉은색이라 그렇게 색감을 입혔다고 했다.
라거와 에일이 있는데 라거는 탄산이 느껴지면서 끝맛은 썼다. 에일은 라거에 비해 깊었고 향이 느껴졌다. 향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수제 맥주지만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음으로 한 잔씩 마셨는데 안주는 전혀 주지 않아 아쉬웠다.
진주에 살고 있지만 곳곳에 있는 숨은 명소나 볼거리를 모르고 있었다. 세 곳을 방문했지만 도시의 현재 모습을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현재 거리를 걸으며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 많았다. 나는 현재 살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으로 같은 장소를 다른 의미로 보게 됨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