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가 타는 커피!
그날따라 내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긴 것 같기도 하고, 부해 보이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기온이 내려가기를 기다렸다가 단골 미용실로 갔다.
이미 손님이 세 명이나 있었다. 기다릴까 다음에 올까를 고민하다가 물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30분.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단 생각에 앉았다.
내가 미용실에 들어갈 때 나 보다 조금 일찍 온 남자가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그 손님은 커피를 직접 타 마시면서 내게 커피 마실 거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작은 소파에 이미 앉아 있었던 나이 든 아줌마 옆에 앉았다. 남자 손님은 커피를 거의 다 마신 상태에서 한 마디 했다.
“여자가 타 주지 않으니 커피가 맛이 없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요즘에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나?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보고 싶었지만 애써 휴대폰에 눈을 주고 참았다. 그 남자의 말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의견을 말했다가 이상한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반은 농담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기분은 무지 나빴다. 그러자 내 옆에 있었던 아줌마가 댓구를 했다.
“그치. 젊은 여자가 주는 건 찬물도 맛있지.”
아줌마의 말에 남자는 신났다.
“그쵸. 젊은 여자가 타 주는 커피가 아니니 맛이 영 아니네.”
파마를 하고 손질을 끝낸 남자는 떠나고, 그 남자가 머리를 자르기 위해 앉았다. 그러면서 원장에게 약간 투덜거리듯 말했다.
“예전에 내가 머리 파마 했을 때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해주지 않더구먼, 저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말해주고 그러네.”
원장은 그 남자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 듯,
“내가 말해 주지 않더나? ……저분은 멀리서 일부러 오는 분이니 고맙잖아.”
하면서 머리를 잘라 주었다. 머리를 자르면서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 좀 해 주이소.”
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니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장가를 못 가지.’
내 생각이 그러거나 말거나 원장과 아줌마는 총각이 잘 생겼네 어쩌네 여자를 소개해 주겠네 어쩌네 하였다. 나는 그들의 대화에 끼지 않고 폰만 봤다. 머리를 자른 남자는 떠나면서 자신의 말에 지지를 보내준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매번 그렇지만 파마를 하고 며칠 동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머리를 조금 자르고 파마를 했는데 너무 짧게 자른 것 같아 불만이다. 파마 한 머리가 내 얼굴 전체인 느낌이다. 얼굴이 문제인가. 파마가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