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하는 편지

그리운 할머니에게

by 정상이

그리운 나의 할머니.


제가 둘째를 가졌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할머니 모습을 새삼스레 그려 봅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으신 할머니. 피부가 좋고 항상 좋은 말만 하셨던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크게 아프지 않으셨고 정정하셨죠. 할머니 몸이 조금 불편해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 할머니를 뵈러 갔었죠. 할머니는 저희들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위독한 정도가 아니라 괜찮아지실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집에 막 도착했는데, 전화가 왔어요. 막 돌아가셨다고. 그 전화를 받고 믿기지 않으면서 막막하여 엉엉 울었어요.


한참을 울고 나니 지난밤에 꾼 꿈이 생각났어요.

꿈에 잔치가 열렸어요. 많은 친척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하늘에서 사모관대가 내려오는 거예요.

어, 저게 뭐지?

누가 받아야 하는거 아니야?

그러게.

모두들 저더러 받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받았어요. 그 사모관대가 할머니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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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제가 그동안 못해 드렸던 많은 것들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

좀 더 다정하게 말을 할걸.

좀 더 말을 잘 들을걸.

좀 더 자주 안아드릴걸.

후회가 밀려왔고 그럴 때마다 울었어요. 한 4년 정도 그랬던 것 같아요.

할머니가 그리워서 울고, 할머니께 못해 드려서 울고,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울고.

울면서 알았어요. 할머니가 제게 어떤 존재였는지.


할머니는 제 첫 번째 룸메이트이자 소올 메이트였어요.

어릴 때부터 같은 방에 자면서 할머니 젖을 만지며 잤고, 소변이 마려우면 할머니의 손을 잡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할머니께 말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았죠.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가면 바쁜 엄마 대신 할머니가 몇 번 따라 오셨죠. 젊고 매력적인 할머니라 저는 아주 좋았어요.


서울로 직장을 잡아 떠날때 할머니가 많이 우셨죠.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드셨는데 할머니는 그러지 못하셨죠. 저의 독립은 할머니를 외롭게 했는데 그때는 몰랐어요. 아주 아주 나중에 알았어요.


저는 할머니께 첫 손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때는 그 사랑이 너무도 당연하여 몰랐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그 사랑의 깊이와 무게를 알게 되었으니 저는 참 바보 멍충이예요.


할머니, 예전에는 자주 보고 싶어했고 그리워했는데, 요즘엔 그 횟수가 줄은 것 같아요. 그건 좋은 것이겠죠? 제가 힘들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저도 늙어 간다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할머니, 엄마가 제게 그런 말을 했어요.

너희 할머니는 내게 시어머니이지만 좋은 친구처럼 든든했단다. 너희 아빠가 힘들게 하면 할머니는 내 편이 되어서 나를 지켜주었어.


할머니는 인자하시고 선하셨어요.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고,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말을 높였어요.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저는 그런 할머니를 전혀 닮지 못했어요. 그러나 닮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할머니, 벌써 아빠와 엄마가 그때의 할머니 연세로 가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크게 아프시지 않지만 걱정이 됩니다. 할머니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겠지만 부모님을 잘 지켜주세요.


할머니, 요즘엔 꿈에 나오지 않으시네요. 안 나온 지 한참 된 것 같아요. 가끔 나오셔서 제게 좋은 소식을 미리 알려 주시면 좋겠어요. 선하게 웃으시는 할머니가 그리워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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