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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져 있고, 비워지는 가게들

- 떠나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

by 정상이

2018년 겨울에 이사를 와서 현재까지 살고 있으니 햇수로 7년이 되어간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단독주택이다.

작은 시장을 끼고 있고 골목을 중심으로 좌우로 세 집이 형성되어 있고, 그 마지막에 우리 집이다.

즉 골목을 중심으로 여섯 집이 있는 모양새다.


가까이에 시장이 있지만 전혀 시끄럽지 않다. 오히려 생선이나 야채, 떡, 기름집, 두부, 반찬가게들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산책 겸 우리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어떤 가게가 새로 들어왔고, 어떤 가게에 손님이 많은 지 살펴보는 건 의외의 재미이다.


그런데 요즘엔 새로 들어오는 가게보다 비워지는 점포가 많아 아쉬움이 크다.

가까이에 김밥집이 생겼다. 여기는 작고 아담한 가게라 가게 안에서 먹기보다 포장하여 가는 일이 많았다.

야채가 많이 든 김밥이라 괜찮았다.

주말이 되면 남편이랑 도서관에 갈 때나 일 때문에 점심을 함께 할 수 없을 때 애들을 위해 주문을 했었다.

그런 가게였는데 얼마 전에 붙은 종이를 발견하고 놀랐다.

‘그동안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게를 내놓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가까이에 편의점이 있는데 여기는 내부가 넓어서 학생이나 어르신들이 앉아서 뭔가를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길을 건너지 않아도 되어서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편의점이다.

늦은 시간에 뭔가가 당길 때 뛰어갔는데, 매장 안에 물건이 텅 비어 있었다.

놀라서 왜 이런지 물으니 물건 정리 중이라고 했다.

편의점의 운영이 예전만 못한 모양이었다.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분식집도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집은 김밥과 국수가 맛있는 집이다.

여기는 배달앱에도 없기에 전화로 주문하여 먹는 곳이다.

지역공동체가 운영하는 곳인데 요즘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

가게 문은 가끔 열지만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저러다가 문을 닫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강변으로 운동을 하러 가다 보면 작고 귀여운 커피점이 하나 있다.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노란색 간판의 작은 커피점이다.

학생처럼 보이는 여린 여자분이 운영하는 곳이다.

붕어빵과 계란빵도 판다.

그런데 며칠 전 문을 닫았다.

예쁘고 귀엽게 만들었던 간판이 내려졌다.

혼자서 잘 운영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려진 간판을 한참 보고 있었다.


빈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가게들은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엔 새로 생기는 곳은 적고, 문을 닫는 곳은 많다.

들어가고 나가는 순환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모양새다.


북적북적, 시끌시끌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로 활기찬 시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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