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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은 오늘도 외출 중

- 발바리 큰 아들

by 정상이


20241217_142207.jpg 강변에서 여유롭게 노는 새들. 봄이 오는 소리가 난다. 봄과 함께 좋은 일들이 생기길 바래본다.



큰아들은 지금 서울에 있다.

아는 형의 결혼식으로 어제 올라가서 아직 내려오지 않은 상태이다.

진주에서 서울까지 옛말로 천리이고 차로 거의 4시간 거리임에도 마다하지 않고 올라갔다.


아들은 어디로 가는 걸 좋아하고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집에 있는 시간은 잠잘 때와 몸이 아플 때뿐이다.

밖에 있어야 에너지가 나오는 유형인 모양이다.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정도가 심하다고 느낄 때도 많다.


큰아들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으며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과 어울리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보기엔 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챙기느라 자신의 시간을 쓰고 비용을 지출하는 데에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부분을 몇 번 말하긴 했다. 그러나 아들은 그게 하고 싶다고 하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집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고, 밖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큰아들은 후자에 속한다.

도대체 왜 저렇게 싸돌아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러면서 혹시 나의 태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내가 큰아들을 가졌을 때 많이 돌아다녔다.

우선 심한 입덧으로 2개월을 꼼짝없이 토하고 링거 맞고 하느라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 기간이 끝나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버지는 여기저기 좋은 곳으로 구경을 시켜 주었고 맛있는 걸 사 주셨다.

5개월이 넘어가면서 아이가 너무 커지면 출산하는데 힘들 것 같아서 많이 걸어 다녔다.

큰애를 낳고 보니 몸무게가 2.65kg이어서 놀랐다.

조금만 더 작았다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뻔했다.

그럼에도 첫애라 진통시간이 12시간은 족히 걸렸다.


큰 애가 내 뱃속에 있을 때 많이 다닌 게 아이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일까.

태교에 대한 연구는 많이 있다.

아이를 가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하고, 좋은 행동을 하려고 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내가 먹는 음식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생각과 행동까지 영향이 갈까? 내 생각을 아이가 이해할까?

어떤 연구는 영향이 있다. 어떤 연구는 없다고 한다.

어는 정도 영향이 가는지는 모르지만 산모가 가지는 편안한 환경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20대를 보내고 있는 아들.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상태이고 자신이 원하는 걸 온전히 찾지 못한 상태이기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고민을 우리에게 말하는 방식도 작은 애와 많이 다르다.

큰 애는 고민이 있을 때는 말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해결이 된 상태에서 말한다.

어릴 때도 그랬다.

정작 아플 때는 아픔만 표현한다.

원인을 모른 채 나는 어느 정도 유추하면서 지나간다.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아픔이 지나고 나면 툭 던지듯 말한다.

그때는 그랬다고.

아들이 힘들어할 때 물론 나도 지켜보느라 힘겨웠다.


원인을 말해주면서 함께 나누면 고통의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아들의 나이가 많아진다는 건 내가 늙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부모님을 보면서 나의 노년을 생각한다. 잘 늙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잘 늙어가려고 애써야 한다.


자식은 이제 떠나보내고 나의 노년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언제 이 나이가 되었나.

시간이 빠름을 느낀다.

아직 하지 못한 게 너무 많고 이루지 못한 게 너무 많다.


아이들이 우리들 곁에 있을 때 따뜻이 안아주고 지켜봐 주자.

그렇게 나에게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다.

발바리 아들이 안전하게 다니길 기도하는 수밖에.

밖에서 얻은 에너지로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길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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