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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의 즐거움

- 가끔은 신난다.

by 정상이

수다가 은근히 힘들다.

시간과 에너지가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느끼기보다 즐거울 때가 있다.

그건 함께 하는 사람들이 고루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내가 하는 말에 대한 반응이 오는 경우이다.

말이 계속해서 연결되고 서로가 웃고 모두 공감하면 시간이 길어져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어제가 그랬다.

한 언니가 어떤 말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동감을 하면서 의견이 보태어지고 웃음이 만발했다.

많은 얘기 들 중에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태도와 남편의 성향에 대한 말이 제일 많았다.


내 아버지도 권위와 권력을 앞세워 큰소리치고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때는 아버지가 뭔가를 고치거나 수리할 때였다.

자신이 원해서 수리를 하면 그냥 혼자 하면 되는데, 고치다가 갑자기 “펜치 가져와. 스패너 가져와.” 한다.

수리하는 도구의 이름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게 뭔지 어떻게 아냐고.

어리바리하게 이거요? 하면 버럭 화를 낸다.

“그게 스패너가” 집안의 분위기는 한랭전선이 되고 우리들은 초긴장 상태가 되었다.

정말이지 이런 순간이 오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다.


내가 그런 아버지에 대해 말하니 다른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미안해했다.

보통 결혼 대상자로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이거나 반대 성향의 가진 사람을 고른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아버지와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을 원했다.

자연스럽게 그런 식으로 된 것 같다.

자랄 때 친구 같은 아버지를 가진 사람을 제일 부러워했다.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성향을 가진 남편을 고른 친구는 연애할 때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다. 아마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버지 덕분에 모든 사람이 그러하리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오전 10시에 만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12시가 되어갈 즈음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날이 좋았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살살 불어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2월의 끝자락에 드디어 봄이 오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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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화시킬 겸 햇살을 즐기기 위해서 초전공원을 돌았다.

초전공원은 오랜만이었다.

애들이 어릴 때 자주 왔었는데 오지 않은 지 꽤 된 것 같다.

늘씬하게 뻗은 나무가 멋져 보였다.

아직 앙상하기는 하지만 쭉 뻗은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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