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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칭찬하기 2

- 뚝딱뚝딱 해결사

by 정상이


살다 보면 많은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와 부딪히기도 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갈등이 생길 때도 있고, 집 안에서 자잘한 문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아니면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잊을만하면 일이 발생한다. 작년 겨울에는 밖에 있는 화장실(옛날 집들은 거의 다 있다)에서 물이 새서 그냥 물이 나오는 곳을 막아 버렸다. 어차피 사용하지 않으니까 막아도 괜찮았다.


얼마 전에는 보일러 배관 쪽에서 물이 새어 나왔다. 빨리 발견하여 다행이었다. 기술자를 불러야 되는 거 아닌가 걱정이었다. 남편은 물 새는 곳을 보더니 파이프를 갈아서 끼우면 되겠다고 했다.

밖에 일이 있어서 나가는 나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 오라고 주문했다. 철물점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었다. 철물점에 사진을 보여주니 바로 챙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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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갈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남편은 물이 새는 파이프관을 갈면서 보니 벽 안쪽으로 샌다고 했다. 일이 커질 모양이었다.


기술자를 진짜로 불러야 하는 거야?

이 작은 일을 누가 하려고 하겠어?

그럼 어쩌게?

내가 해 보지 뭐.

할 수 있겠어?


벽을 뚫는 공구를 찾더니 고장이 났단다. 남편은 친구에게 전화해서 빌리러 갔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나는 생각했다.


가능할까? 그냥 전문가를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남편은 빌려 온 공구로 벽을 뚫었다. 들들들하는 소리가 한 5분 정도 났나? 조금 있으니 다 했단다.


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마무리까지 다 한 거야?

벽돌이라서 조금만 파니까 보이네. 파이프를 길게 사 와서 해결이 되었네 .

뚫은 자리는?

폼으로 마무리했지.


얼마 전부터 화장실에 있으면 어디에선가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다가 드디어 알게 되었다.

화장실 변기통 밑으로 물이 조금씩 떨어짐을 알았다. 남편은 변기통에 실금이 간 모양이라고 했다. 변기통을 바꾸느냐 아니면 방수코팅제를 발라서 말리느냐 고민이었다. 일단 방수코팅제가 저렴하니 그걸 사기로 했다.


괜찮아 보이는 방수코팅제는 하필 해외직구였다. 주문하고 받아보는 데 15일이 걸렸다. 31일에 주문하고 14일에 받았다. 어제저녁에 변기통의 물을 퍼 내고 말린 후 방수코팅제를 발랐다. 바른 후 사용 설명서를 보니 24시간이 지나야 굳는다고 되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박 2일의 여행을 계획하고 집을 비우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발랐고, 일은 저질렀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목욕탕으로 갔다. 화장실과 샤워를 다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집 가까이에 목욕탕이 있음에 감사했다.


집 안에 작고 큰 문제가 생겼을 때 남편이 뚝딱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멋져 보인다.

문제를 해결 한 날은 설거지 면제권을 준다.

주말이 되면 설거지는 남편이 하기로 했는데 공사를 하니까 내가 하는 것이다.


최근 남편이 해결한 업적을 정리하자면 우선 세 가지이다.

첫째 싱크대 파이프 교체(오래되어 교체, 깔끔하니 좋았다.),

둘째 보일러 파이프 교체 및 물 새는 곳 잡았음.

셋째 변기통 물 새는 곳 방수.


세 번째 사항은 완전 해결은 아니다. 오늘 저녁에 다시 조립하여 더 이상 물 떨어짐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다시 물이 떨어지면 그때는 변기통을 갈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이 모든 건 남편의 능력이다. 짝짝짝. 박수를 보내고 엄지 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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